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법안들이 무더기로 통과되고 있다. 대부분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이들 법안은 특정 이해집단의 요구만 반영한 것이어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물론, 내년도 균형 예산 방침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등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30일 농어촌 가구의 부채 이자를 대폭 경감해주는 내용의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년부터 총 2,544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농어민들의 부채 이자를 현행보다 2∼5% 대폭 낮춰주는 것이 골자. 기획예산처 등 정부는 "가뜩이나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재원 조달이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했지만 결국 물러섰다. ★관련기사 3면
건설교통위도 이날 옥탑방 등 불법건축물을 한시적으로 양성화하는 내용의 '특정건축물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2000년 12월말 현재 완공된 건축물 중 세대당 전용면적이 25.7평 이하인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50평 이하의 단독 주택은 지역에 관계없이 무조건 구제 대상에 포함됐다. 이 두 법안은 모두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것이다.
재정경제위는 내년 6월 종료되는 농어민 면세유 혜택 기간을 2년간 연장하고 이후에도 75%의 감면 혜택을 주는 법안을 29일 확정했다. 재경위는 또 시가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 실거래가로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도 공제 폭을 대폭 늘리도록 수정, 확정했다.
국방위 역시 31일 전체 회의를 열고 퇴직 군인의 연금을 대폭 올려주는 내용의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 게다가 같은 내용의 사학연금법 개정안도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상태여서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비슷한 성격의 다른 공적연금도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법률은 어수선한 정치권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이익집단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당장은 피해자는 없고 수혜자만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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