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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원칙이 승리하는 대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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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원칙이 승리하는 대선으로

입력
200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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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말을 들으면 지겨워 한다.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말 가운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이러한 원칙과 원론이 현실에서는 왜 실천되지 않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자기중심적 사고, 지나친 욕심, 욕심을 실현시키기 위해 시간이 없다는 강박관념, 목표를 위해 수단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관념 등이 원칙과 원론을 짓밟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아무리 욕심이 크고 조급하다 할지라도 한 나라의 정권을 새롭게 만드는 대통령선거에서 조차 이것이 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대선 주자들이 말하는 바른 나라, 아름다운 미래가 신기루처럼 느껴진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나도 느끼는 것을, 이 땅에서 나서 평생 이 꼴을 보아온 국민들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요즘 대선 주자들은 바른 나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들은 결코 새 것이 아니며 과거의 것 그대로다. 남에게 무작정 덮어씌우기, 남이 세운 업적 뒤집기, 의원 빼가기, 지역감정 자극 등이 극치를 이루고 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세우겠다고 하는데 그 주위에는 바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권력과 부, 일신의 이익을 쫓는 무리가 너무 많다. 나라를 새롭게 하겠다고 하지만, 과거에 나라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를 해치고, 정치공작, 정보공작을 일삼던 자들이 포진해 있다.

남의 실수나 아픔이 나의 기쁨과 가능성을 제공하는 사회, 아량과 포용이나 이해는 없고 네편 내편만 있는 사회, 설만 있고 근거가 밝혀지지 않는 풍토, 정책다운 정책은 없고 화려한 주장만 제공되는 사회가 바로 오늘 우리가 묻혀 있는 사회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 모두 지역감정이나 학연, 혈연 등의 연고에 묻혀, 연고없는 사람의 말은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져볼 겨를도 없는 풍경이다. 사회를 비판하는 우리 자신이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활용하는 자들에게 또다시 이용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를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대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지역감정이나 학연, 지연이 없는 나로서는 비교적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말'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우선, 대통령이 되는데 목표를 두지 말고 공약대로 우리 사회를 원칙과 정도, 상식이 통하는 투명한 사회로 만드는데 목표를 두라는 것이다. 원칙과 정도, 상식이 통하는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직책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평상시에 앞장서서 행동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만 할 수 있다는 말은 국민 기만일 뿐이다.

다음은 잘못된 과거 역사와 관행, 사람들과 결별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바른 사회를 만들겠다는 대선 주자가 자기를 지지한다는 한 마디 말에 고무되어 철새 정치인을 받아들이는 행태는 무엇이 바른 사회인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철새 정치인은 스스로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과거 관행을 되풀이하지 말고 단호히 과거 관행과 죄인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이와 함께 새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그늘에서 묵묵히 사회를 위해 깨끗하게 소임을 다 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을 찾아내어 내세우고, 소박하지만 진실된 목소리를 내게 하여 도덕성을 갖춘 경쟁, 거부감이 들지않는 공약들이 나오게 해야 한다.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이나 장밋빛 공약만을 내세우지 말고 신뢰성을 주는 정책을 현실성 있게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과 정치인 모두가 '원론과 원칙만이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국의 장래가 담보될 수 있다.

조 명 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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