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산하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위원장 조강환)의 HD(고화질)TV 의무방송시간연장 결정에 대해 방송업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추진위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현재 주당 10시간인 HDTV 의무방송시간을 내년부터 15시간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방송사 편성국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은 "연장 결정은 방송현실을 무시한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추진위는 "HDTV 방송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의무방송시간을 늘릴 수 밖에 없다"며 방송시간 연장 외에 프로그램의 50% 이상을 HDTV 카메라로 촬영한 경우에만 HDTV 프로그램으로 인정하고 주시청시간대 편성시 방송시간을 150%로 계산하는 것 등을 결정했다. 추진위 결정사항은 12월 말 열리는 방송위 전체회의의 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그러나 방송사 편성실무자와 PD연합회 등은 "방송시간의 무리한 연장은 천문학적인 하드웨어 구축비용을 방송사에 떠맡길 뿐"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KBS 편성국 관계자는 "수상기 보급이 전체 대수의 5%에 불과한 상태에서 소수 시청자만을 위해 HDTV 프로그램 제작에 막대한 투자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PD연합회도 "이러한 결정은 잘못된 전송방식(미국식) 결정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주시청시간대 가산제 실시' 등은 방송사의 자율편성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현재 각 방송사는 제작비가 적게 들고 매일 방송되는 아침 스튜디오 프로그램이나 시트콤 등만 HD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는 실정. 24편 전부를 HDTV 프로그램으로 제작 중인 SBS 드라마 '대망'의 연출자 김종학 PD는 "HDTV 프로그램 제작비용은 보통 미니시리즈보다 4배 이상"이라며 "방송광고 단가와 제작비를 고려할 때 제대로 된 HD프로그램을 제작하기란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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