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연어로 성장해 고국에 돌아온 기분입니다."29일 서울 교육문화회관 거문고홀에서 열린 '제4회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자 축하연' 에 참석한 대상 수상자 박봉진(朴奉鎭·65·오른쪽), 장금자(章錦子·53·왼쪽)씨는 "낯선 땅에서의 고생이 싹 가시는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재미 동포인 두 사람은 한국일보사와 재외동포재단, 국제펜클럽 한국본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문학상에서 17개국 979편의 응모작 가운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마지막 일기는 눈 안에 묻고'로 수필 부문 대상을 받은 박씨는 1976년 부인과 네 아들을 데리고 가족 이민을 떠나 현재 로스앤젤레스 인근 플로콘시에 살고 있다. 단돈 1,000달러를 갖고 낯선 땅을 밟은 그는 갖은 고생 끝에 조경업을 하면서 기반을 잡았다. 셋째 민수(31)씨가 하버드대 MBA(경영학 석사)를 받아 월스트리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것을 비롯해 4형제를 훌륭하게 출가시켰다.
'마지막 일기는…'은 한국 여성이 미국으로 이민해 남편을 여의고 홀몸으로 자녀를 출가시키기까지의 과정을 회상하는 내용. 고교(마산상고) 재학 시절 문예부장으로 활동한 그는 "생활 기반이 잡힌 92년부터 문학 열정이 되살아나 하루 3∼4시간씩 글쓰기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재미문학수필가협회 이사로도 활동중인 그는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살아왔고 네 아들 모두가 지금도 한국말을 유창하게 사용하는 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시 부문 수상자인 장금자씨는 92년 도미해 현재 샌프란시스코 소재 한인방송 코리안텔레비전네트워크(KTN) 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다 미국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활동에 자극받아 자아실현에 나서게 됐다"면서 "미주한국일보 '여성의 창' 코너에 정기 기고하면서 글쓰기 연습을 한 것이 이번 수상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인근의 상류층 거주지인 세너제이에서 살고 있는 그는 "시집 출간 제의를 받았지만 과연 시집을 낼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며 겸손해 했다.
재외동포문학상은 99년 재외동포들에게 한국인의 자부심과 모국어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됐다. 수필, 시, 소설, 청소년글짓기 4개 부문 대상 수상자에게 각각 3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으며 수상작은 '제4회 동포문학상 수상집'으로 발간된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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