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학은 커녕 고교 문턱도 밟지 못한 광부 화가가 전국 규모의 미술대전을 이끌고 있다.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인물로는 유일하게 한국미술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호(46·안산시 일동)씨는 경기 안산시가 매년 개최하는 단원미술제의 '총괄 큐레이터'다.
강원 원주 출신의 김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마치고 인쇄공장, 자동차정비업소 등을 전전하며 가정을 이끌었다. 김씨는 자신이 뒷바라지한 동생이 대학을 마치자 평소 꿈꾸었던 그림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충남 서산 안흥포구로 달려가 1년여 동안 고깃배를 타며 뱃사람들의 삶과 풍경을 스케치했다. 1986년부터는 경북 봉화군 문경탄광으로 옮겨 4년여 동안 막장생활을 하며 광부와 탄광을 화폭에 담았다.
91년 안산시로 옮긴 김씨는 이후 2차례의 개인전을 열고 각종 전람회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미술협회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99년부터 단원미술제의 총괄사무국장 등으로 활동하며 대회를 주관하고 있다.
특히 올 미술제는 관람객들이 벼 타작이나 씨름, 대장간 작업 등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 무려 13만여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김씨는 "미술전은 지역주민의 축제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그림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각종 미술전을 안산에 유치하고 이벤트도 다양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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