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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래모임 "나팔꽃" 25일 정기공연 성황/詩와 노래가 한몸인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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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래모임 "나팔꽃" 25일 정기공연 성황/詩와 노래가 한몸인 세상을 꿈꾸며…

입력
200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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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7시30분 한양대 동문회관 소극장에서 시노래모임 '나팔꽃' 콘서트가 열렸다. '연애 편지'라는 제목이 붙은 콘서트는 올들어 처음 갖는 '나팔꽃'의 정기공연이다. 객석 200석이 꽉 차서 통로의 보조석까지도 빽빽하게 들어찼다."당신,/ 아,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인 김용택씨가 무대 앞쪽 낮은 계단에 앉아 가만가만 시 '섬진강 15'를 들려주는 것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어떤 여자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 편지가 잘 써졌다는 걸 깨닫고, 다시 편지를 썼단다. 지난번에 부친 편지 다시 보내 달라고. 그 편지가 이 시란다. 시 낭송에 이어 가수 홍순관씨가 정호승씨의 시에 곡을 붙인 '또 기다리는 편지'를 부른 뒤, '왕나팔' 김용택 시인을 소개했다. 김씨는 '나팔꽃'의 대표다. 1999년 봄 김씨와 정호승 도종환 안도현 유종화씨 등 시인들과 음악인 백창우 김현성 홍순관 이지상 안치환씨 등이 모여서 시노래 모임 '나팔꽃'을 만들었다. 좋은 시에 곡을 붙이고 사람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시와 노래가 한몸'인 세상을 이룬다는 게 동인들의 바람이다.

사회를 맡은 홍순관씨가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놓았다. 고복수의 '타향살이', 한대수의 '물 좀 주소' 등 추억의 노래가 흘렀다. 70년대 영화 '별들의 고향'의 음악과 함께 '경아'의 목소리가 나오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말없이 건네주고"로 시작되는 어니언스의 '편지'에 관객들이 따라 노래한다.

정호승씨가 무대에 올라왔다.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실린 시 '철길에 앉아'를 골랐다면서, 관객들과 함께 읊고 싶다고 했다. "철길에 앉아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기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었다" 시인이 한 행 한 행 시를 낭송할 때마다 관객들은 따라 읊었다. 탄식 소리도 흘러나왔다. 이날의 초대 손님은 시인 장석남씨다. 마음이 아려지는 편지 얘기를 전해줬다. 군대에 간 남편에게 아내가 편지를 보냈다. 흰 종이 위에 손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남편은 글자를 읽지 못한다. 자신이 보고 싶으면 그림에 손을 대라고, 그게 자신의 손이라고, 아내가 종이에 손을 대고 그린 것이다. 따뜻한 이야기에 대한 답례로 가수 백창우씨가 장씨의 시 '다방을 차리다'에 곡을 붙인 노래를 불렀다.

가수 안치환씨가 나왔다. 지방공연을 마치고 왔다면서, 차가 밀려서 무대에 서지 못할까봐 걱정했다면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힘있게 부른다.

공연은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9시 50분께 되어서야 끝났다. 시인들은 좀처럼 공연장을 떠나지 못했다. 시집을 들고 서명을 부탁하는 독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물어보면서 시인들은 짧은 편지를 쓴다. " 사랑을 나누는 가을 되세요." '나팔꽃'은 11, 12월 청주와 무안, 군포, 임실, 목포 등 전국을 돌면서 공연을 개최한다. (02)2277-5749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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