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I대 4년 김모(26)씨는 최근 친구 P씨를 만난 후 기분이 몹시 상했다. 학점 3.9, 토익 880점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취업준비를 해왔지만 자신이 공채에서 4번 탈락한 것에 비해 서울의 명문 사립대를 다니는 P씨는 학점은 2.7, 토익점수는 아예 없는데도 동문 선배에 의한 '사원추천제'라는 특채 형식으로 며칠 만에 취직이 됐기 때문. 김씨는 "피나는 토익·학과 공부도 학맥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고개를 떨궜다.■사원추천제 대부분 명문대생 용
기업들이 기존 사원의 추천을 받아 신입 사원을 선발하는 '사원추천제'가 주요 명문대 출신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등 각종 폐해를 낳고 있다.
취업정보업체 잡링크가 조사한 1,127개 업체 중 현재 공채 외에 사원추천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61% 가량인 689개 업체. 1999년 현대백화점이 최초로 도입한 사원추천제는 대기업,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돼 신입사원 중 20∼30%가 사원추천제로 채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원추천제의 대부분이 서울지역, 특히 명문으로 꼽히는 몇몇 대학에 집중돼 이 제도가 사실상 명문대생들의 '취업 무임승차' 코스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세대의 경우 취업상담실에 10여 곳의 기업체 상담원들이 상시적으로 부스를 설치해 두고 학생을 맞이하고 있다. 상담원들은 모두 이 대학 출신. 의류업체인 A사 관계자는 "서류전형도 없이 간단한 현장면접만 하고 최종면접에 나오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한모(28)씨는 "고시공부 하느라 학점관리도 제대로 못하고 토익성적도 없었는데 선배가 알아서 다 해줬다"고 '추천입사'를 자랑했다. K기업 인사 관계자는 "대부분 서울시내 5, 6개 대학에서만 사원추천제를 실시한다"며 "지방소재 2개 대학을 포함해 12개 대학에서 추천제를 실시하고 있는 우리 회사는 아주 희귀한 경우"라고 전했다.
■학벌, 인맥 고착화 우려
기업들과 취업정보업체에서는 믿을만한 직원들이 소개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사원추천제의 장점으로 꼽는다. 잡링크 김현희(金賢熙) 홍보팀장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사원추천제는 대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원추천제 확대에 따른 '학맥 재생산'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채용사이트 (주)스카우트 이은창(李殷昌) 홍보팀장은 "사원추천제는 대다수의 구직자에게 객관적이지 못한 채용시스템"이라며 "형평성에 위배될 뿐 아니라, 취업기회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하는 시민사회 정선혜(鄭善惠) 사무국장은 "일단 사원추천제의 최소화가 가장 바람직 하지만 시행을 강행할 경우에도 제3자가 공정하다고 느낄 정도의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외부 공지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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