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곧 극장에서 '중독'을 관람할 예정인 사람은 이 글을 읽지 마세요. 영화 감상의 효용을 매우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역시 한 살이라도 젊은 놈이 낫다는 것 아니냐." 영화 '중독'의 마지막 장면. 비밀을 알아버린 형수는 시동생의 전시장을 찾아간다. "이 작품은 언제 만든 거야"라고 살며시 묻고, 여자는 이내 남자의 품에 안겨 슬픈 듯, 기쁜 듯 묘한 미소를 짓는다.
평범한 여자라면 이랬을 것이다. "도련님, 형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 혹은 조금 더 다혈질이었다면 "야, 너 장난치냐"라고 말해도 형수를 욕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이미 뱃속에는 아기가 있고, 남편의 영혼을 뒤집어 쓴 척하는 시동생은 남편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다. 샤브샤브 등 진수성찬 차리기, 비오는 날 우산 갖고 지하철 역에 마중오기, 아침마다 칫솔에 치약 묻혀 놓기, 가구 만들어 쏠쏠하게 돈 벌기. 여기에 남편보다 한참 젊고 잘 생기기까지?
요즘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여성 무협작가 진산의 결혼준비서 '마님 되는 법'의 논리에 비추면 이 시동생은 타고난 '머슴'이다. 남자는 지은 죄가 있는지라 평생 여자를 떠받들고 살 것이다.
"자고로 여자는 예쁘고, 남자는 돈 많고 볼 일이다." 아카데미 최초로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된 할리 베리의 '몬스터 볼'을 관람한 한 관객은 이런 말도 했다. 남편을 전기 의자에 앉힌 바로 그 사형집행관 행크와 사형수의 아내 레티샤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섬세한 심리적 물증을 제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삐딱한 관객은 그것을 "예쁜 것이 좋아"라는 말을 애둘러 표현하는 비겁한 행위로 볼 뿐이다. 여자는 빌리 밥 손튼이 연기한 초로의 사나이 행크의 몸이나 마음이 아니라, 먼저 그가 준 자동차에서 감동을 받았다. 그건 여자도, 관객도 다 아는 일.
톱 스타들의 애인들이 사랑에 빠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랑스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톱 스타답지 않게 너무 수수하고 소박한 거 있죠"라고 얘기할 때, "난 소박하다 못해 소박맞을 수준"이라고 투덜거리는 당신이라면, 이 가을 아름다운 사랑얘기라는 영화가 왠지 얄밉고 짜증나는 당신이라면, 영화관람 후 화장실로 직행하라. 그곳에서 재미있고 신랄하며 솔직한 감상이 있으리니. 물론 여자 화장실에 재미있는 얘기가 더 많을 걸. 컷!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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