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재개됐던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은 경제 협력을 우선하는 북한과 납치·핵 문제를 선결 과제로 내세우는 일본이 기본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양측은 이 같은 입장이 팽팽히 맞서 다음 교섭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해 국교정상화 교섭은 상당히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북한측은 시종 "우리가 평양 선언에 서명한 것은 일본측이 과거 보상 대신에 경제 협력을 실시하겠다고 표명했기 때문"이라며 경제 협력 방안의 구체적 논의를 신속히 마무리 짓고 국교정상화를 실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납치와 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만 경제 협력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북한측은 납치와 핵 문제를 국교정상화 교섭에서 어떻게든 분리해 내려고 애썼고, 일본측은 교섭의 전제 조건이나 정식 의제로 올릴 것을 고집해 의제 설정과 교섭 진행 방식을 담은 공동 문서도 불발되고 말았다.
양측은 그러나 평양 선언에서 합의한 양국간 안전보장협의를 11월 중에 개최해 핵, 미사일, 공작선 문제 등을 다루어 나갈 탈출구를 마련하는 데 의견 접근을 보았다. 이는 북일 간에 핵 문제를 계속 논의할 장을 마련해 국교정상화 교섭을 진행해나가면서 북미 간의 근본적인 핵 문제 타결을 기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안보협의의 결과를 국교정상화 교섭에 반영하는 병행 회담으로 보는 일본측과 경제협력을 다루는 국교정상화 교섭과는 별도의 공동 관심사 회의로 격하하려는 북한측의 시각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북미 협상의 대상인 핵과 미사일 문제를 어떤 형태로 북일 안보협의에서 다룰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납치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측은 실무 수준의 전문팀을 별도로 만들어 피랍 생존자 가족 동반 영구 귀국, 사망자 진상 규명 등을 국교정상화 교섭에서 분리해 마무리 짓자는 입장이다. "피랍자 가족과 국내 여론이 납득할 때까지 납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일본측은 북송 장기수 신광수(辛光洙·73)씨와 요도호 납치범들의 신병인도, 납치 피해배상까지 염두에 두고 국교정상화 교섭의 최우선 과제로 못박았다.
이미 북일 정상회담에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까지 한 북한으로서도 납치 문제는 빨리 털어버리고 싶지만 이 같은 일본의 요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측은 일본에 체류중인 피랍 생존자 5명을 일단 귀환시킬 것을 요구해 일단 제동을 걸었다. 대신에 북한측은 피랍 생존자와 가족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사망한 피랍자의 사인 등에 대한 일본측의 의문 제기에는 가능한 해답을 주겠다고 밝혀 다음 국교정상화 교섭 전까지 물밑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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