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자충수 경계령'이 발동됐다. 30일 고위 선거대책회의는 전날 중앙당 후원회가 대성황을 이룬 데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그리 밝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 심의에서 청와대 운영예산을 늘리는 등 집권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한 언론의 질타 때문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극구 해명했고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 같은 행태의 재발 방지책이 집중 논의됐다.이에 앞서 28일의 대선기획단 회의에서 신경식(辛卿植) 단장은 "지금은 기강해이와 자만심에 따른 스스로의 실수를 조심해야 할 때"라며 "상대 후보에 대한 선정적 비난을 하지 말고, 후보 측근들이 자리 싸움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대선기획단은 공무원 접촉조심 지역감정 자극 발언 자제 논공행상 거론 금지 등의 지침을 당직자와 지구당 위원장들에게 전달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런 기류는 당이 국민에게 오만한 모습으로 비칠 경우 여론의 강한 반발 심리가 발동, 최근 들어 뚜렷해 진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지지율 상승 추세가 단번에 꺾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지역구의 이 후보 지지율이 목표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당 위원장들이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만 믿고 현장 득표활동을 등한시한 채 후보 눈도장 찍기 등 중앙 정치에 신경을 썼다는 증거다. 또 당에 사람이 몰리면서 '집권 후 역할' 등을 둘러싼 구설수가 터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도부는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이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6개 권역의 지구당 위원장 회의를 소집키로 한 것도 조직의 기강을 다잡아 불의의 자충수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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