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고 5년간 빚을 성실히 갚으면 나머지 빚을 면제해주고 파산을 면할 수 있는 '개인회생제도'를 내년 7월 시행키로 함에 따라 신용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구제수단이 한층 확대된다. 금융기관들이 자율규약을 맺어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개인워크아웃제(내달 1일부터 접수)나 시중은행과 신용카드사들이 고객 채무를 재조정하는 개별 금융기관의 워크아웃제가 일종의 사적화의(私的和議)라면 개인회생제도는 법원이 채무를 강제적으로 재조정하는 법정관리. 이에 따라 재조정 대상이 되는 채무의 종류, 신청자 자격, 구제후 경제활동 제약 등에 있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빚 부담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는 두 제도가 유사하다.이와 관련, 금융계 일각에서는 "개인워크아웃 탈락자들에 대해 개인회생제도 이용자격을 박탈하는 등 개인회생제도의 세부시행안을 엄격히 하지 않을 경우 개인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제범위는 개인회생제도가 넓어
개인워크아웃이 재조정 대상 채무범위를 제한한 반면, 개인회생제도의 구제범위는 보다 포괄적이다. 개인워크아웃은 협약에 가입한 금융기관(은행 카드 보험)의 채무에 대해서만 재조정이 가능하다. 사채나 중소 상호저축은행 등의 빚에 대해서는 재조정이 불가능하며,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금융기관 채무가 총채무의 20% 이상이면 아예 신청자격이 배제된다. 또 총채무가 3억원 이하인 사람에 대해서만(내년 상반기까지는 2,000만원 이하) 구제 기회를 제공하며, 사업대출이 많은 개인사업자나 특정 금융기관에 빚이 많은 사람도 구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개인회생제도는 사채 보증채무 사업대출 등 채무 종류에 상관없이 포괄적으로 구제되며, 채무자가 채권자 목록에 밝히지 않은 청구권과 벌금·과태료 등만 제외된다. 다만 개인회생 신청 당시 곧바로 파산해 채권자들이 나눠 가질 수 있는 잔여 재산보다 향후 일을 하면서 벌 수 있는 수익과 현재 재산을 합친 금액이 더 클 때만 구제가 이뤄진다.
■구제후 제약, 개인회생제도가 엄격
신청절차도 개인회생제도가 용이하다. 개인워크아웃을 통해 구제를 받으려면 개별 금융기관 및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이중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개인회생제도는 채무자가 채권을 신고하면, 법원이 채권자로부터 이의 진술을 받아 재조정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채무자의 부담이 덜어지게 된다. 특히 채권자가 변제계획에 이의를 제기해도 법원은 채권자가 받을 변제총액이 채무자가 파산할 때 배당받을 총액보다 적지 않은지 등을 따져 인가 결정을 할 수 있다.
또 변제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더라도 채무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이행하지 못했다면, 법원은 면책결정일까지 갚은 금액이 채권자가 파산절차에서 배당받을 금액보다 적지 않으면 면책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회생제도는 변제계획을 불이행하거나, 변제를 충실히 이행했더라도 이후 금융기관 대출 등 경제활동에 더 큰 제약이 주어진다.
한복환 신용회복지원위원회 사무국장은 "개인워크아웃의 경우 구제후 금융기관이 개인신용평가에서 감점은 할 수 있어도 대출을 받는데 큰 지장은 없지만 개인회생제도를 거친 사람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출을 다시 해주기는 힘들 것"이라며 "정부는 개인워크아웃 적용도 못받는 사람들에 한해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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