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에 발생한 허원근 일병 사망사건의 원인이 총기 오발이었으며 부대 전체가 조직적으로 자살로 조작했다는 의문사진상규명위의 2개월 전 발표는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이후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조사에 나섰지만, 군의 엊그제 발표는 의문사위의 조사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오히려 의혹만 커졌다. 한 사건을 놓고 두 국가기관이 이처럼 상반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군과 의문사위의 감정대립까지 빚어지고 있는 양상이다.군의 발표는 믿기가 어렵다. 우선 허 일병이 총에 맞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람의 증언을 듣지 않았다. 군은 이 증인에 대해 총기 오발을 부인하는 사람들과의 대질을 강압적으로 요구했고 조사관들과의 면담장소도 일방적으로 변경했다. 타살의혹을 처음 제기한 당시 외곽초소 근무자들의 증언도 무시했다. 그러면서 법정 증거능력이 없는 거짓말 탐지기 사용사실을 강조하며 총기 오발이 없었다는 증언이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일부 부대원들은 군간부가 "당신이 우기면 내가 옷을 벗게 된다"며 협조요청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군의 조사가 진실 규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증언을 번복케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의문사위의 반박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총기 오발은 없었으며 타살이 아니라는 것도 아니라면 진실은 무엇인가. 이번 발표는 중간 발표라지만, 앞으로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 유족도 예상했던 결과라고 말할 정도다. 군은 포천 영북농협 총기강도사건의 경우에도 경찰수사에 협조하기보다 은폐하려 했고, 경찰이 수사자료를 들이대면 발표를 뒤집는 행태를 보였다. 군의 이 같은 모습에 국민은 실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의문사위에 강제 조사권을 부여하고 조사활동을 연장토록 법을 고칠 것을 국회에 권고하고 나섰다. 법 개정의 필요성은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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