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미 대통령선거는 부재자(不在者)투표의 중요성을 일깨웠던 선거이다. 최종검표 결과, 조지 부시가 앨 고어를 꺾었다. 표 차이는 불과 537표. 그런데 상당량이 뒤늦게 도착한 해외거주 유권자의 투표였던 것이다.그 대선의 영향 때문인 듯, 미 정계는 11월 의원선거에서 부재자 선거운동에 열심이다. 공화당(www.republicansabroad.org), 민주당(www.democratsabroad.org) 모두 해외거주 유권자를 위한 투표 정보, 이를테면 주마다 다른 부재자 신고일, 투표일, 투표장소를 안내하는 사이트를 열었다. 부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부재자 선거운동만 하는 전담자도 두었다.
미국의 해외거주 유권자는 600만 명쯤 된다. 물론, 해외시민 부재자 선거법을 처음 마련한 1975년에는 그 수가 훨씬 적었다. 그러나 해외유권자를 위한 전담기구(www.fvap.gov/)를 그 때 벌써 설치한 것은 '모든 국민의 투표권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의원선거에서는 이중국적자, 미국에서 산 적은 없지만 출생한 사람에게도 선거권을 준다니 부재자투표를 갈수록 중시하는 분위기이다.
대선을 49일 앞둔 요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http://home.nec.go.kr/)에는 부재자투표에 관한 질의, 건의가 쏟아지고 있다. 항공사 승무원, 해외 근무 주재원들이 해외에서 투표할 수 있는가를 묻고 해외에서의 부재자투표 실시를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 나가있는 30만 명이 넘는 우리 해외거주자는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할 길이 없다. 재외 공관에 투표소를 설치하거나 그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관련법규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해외거주 유권자가 늘어가는 시대에 정당들, 선관위는 무엇을 한 것인가 알 길 없다.
한편, 대학 안에 부재자투표함을 설치하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선거일이 기말시험과 겹치니, 주소지와 현재의 거소지가 달라, 투표하기 불편한 대학생들이 기권하지 않고 투표하게 만들자면 학교 안에 투표소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현재 선관위의 응답은 부정적이다. 현 선거관련 규칙은 거소가 동일한 2,000명의 유권자가 있을 경우에만 부재자 투표소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니 거소가 각각인 대학생을 위한 투표소 설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규칙은 고칠 수 있는 것. 대학 안에 부재자투표함을 설치하여 60만 명의 대학생부재자 유권자가 선거를 하도록 해야 선거열풍이 불고 젊은이들의 선거무관심이 치유된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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