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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지도자 2세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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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지도자 2세의 만남

입력
2002.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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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의 딸과 니키타 흐루시초프 전 소련 공산당서기장의 아들이 쿠바 미사일 위기 40주년을 기념해 만났다. 장소는 보스턴 바닷가에 있는 존 F 케네디 기념관. 주최측은 이 만남을 '핵 전쟁으로부터 세계를 구한 사람들 자녀의 만남'이라고 이름 붙였다. 케네디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45)은 변호사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 흐루시초프 서기장의 아들 세르게이(66)는 1993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 브라운 대학의 외국정책 개발센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의 회고록을 집필하기도 했다.■ 쿠바 미사일위기는 인류가 핵 전쟁에 가장 접근했던 상황으로 평가 받고 있다. 소련은 1962년 가을 미국의 코 앞인 쿠바에 핵 미사일을 배치하려 했으나, 정찰활동으로 이를 알아낸 미국은 일단 해상 봉쇄로 저지한다. 케네디 대통령과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막후 비밀협상을 통해 핵 전쟁 위기를 넘겼고, 핵 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향하던 소련 선박은 회항한다. 위기가 계속되는 13일 동안 전 세계는 전쟁의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 쿠바 미사일 위기는 케네디 대통령에게는 외교적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흐루시초프 서기장에게는 실각의 원인을 제공한다. 역대 소련공산당 서기장들은 모두 크렘린궁의 붉은광장에 묻혀 있지만 유독 흐루시초프만은 예외다. 실각한 상태에서 최후를 마쳤기 때문이다. 흐루시초프는 모스크바의 한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다. 케네디가 워싱턴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 언덕의 전망 좋은 곳에 묻혀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꽃' 앞에서 추앙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두 자녀는 캐롤라인의 어머니 재클린 오나시스 여사가 보관해 온 아버지들이 서명했던 핵실험 금지조약 사본과 쿠바 미사일 위기동안 두 정상사이에 오고 간 문서와 편지들을 살펴 보았다. 세르게이는 아버지와 케네디 대통령의 비밀협상이 성공했던 이유를 "서로가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것이기도 했지만,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모든 협상에서 상호 신뢰가 최우선이라는 변치 않는 교훈을 새삼 말해주고 있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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