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7년 10월30일 '걸리버 여행기'(1726)의 작가 조너던 스위프트가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78세 때인 1745년에 죽었으니 당시로서는 장수한 셈이지만, 만년을 정신착란 속에서 불행하게 보냈다. 유복자로 태어난 스위프트는 백부 집에서 자라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했다. 동시대 사람들에게 스위프트는 작가라기보다 논객의 이미지가 강했다. 정치적 야심을 지닌 영국교회 목사였던 그는 당대 영국의 양대 정치 세력이었던 휘그당(자유당의 전신)과 토리당(보수당의 전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선동적인 정치 팸플리티어로서 명성과 영향력을 쌓았다. 풍자 소설 '걸리버 여행기'도 크게 보면 정치 팸플릿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만하다.'걸리버 여행기'는 의사인 주인공 걸리버가 항해 중 난파해 16년간 소인국(릴리펏), 대인국(브롭딩내그), 하늘을 나는 섬나라, 말(馬)나라로 표류해 다니며 겪는 기이한 경험을 그렸다. 말나라를 묘사하는 제4부에서 작가는 이성을 지닌 말에게 사육되거나 야생으로 자라는 야후라는 동물들을 등장시키는데, 사람 형상을 한 이 야후는 더럽고 잔인하고 비열한 족속으로 묘사된다. 스위프트는 이 말나라편을 통해서 자신의 동류, 곧 인간에 대해 짙은 혐오감을 드러낸 셈이다. 작가는 또 제3부 '하늘을 나는 섬나라'편에서 맹목적으로 사색에 몰두하는 학자들을 비판하면서 자신의 적대자였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을 조롱하기도 했다.
'걸리버 여행기'는 어떤 업종에서 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태를 가리키는 '걸리버형 독과점'이라는 용어를 낳았다. 소인국에서의 걸리버에 그 독과점 기업을 비유한 것이다. 과잉경쟁의 결과로 업계가 재편되며 나타나는 이 걸리버형 독과점 기업은 가격을 선도하며 시장을 지배한다.
고 종 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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