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한국과 칠레간 자유무역협상(FTA)이 타결됐다고 발표하자 국내 자동차 타이어 전자 컴퓨터 섬유업계 등은 환영하는 기색이다.반면 농민들은 즉각 규탄성명을 내고 대규모 항의집회와 국회비준 반대 활동에 돌입했다.
과연 우리경제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필요했을까? 우선 과수산업이 입는 피해에 비해 이득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의 대칠레 주요 수출 품목별 칠레의 수입시장 점유율(2001년)은 세탁기(90.4%)와 냉장고 (49%) 에어콘(37.4%) 등 가전제품이 1위, 자동차도 2위(23.7%)로 이미 정상에 올라서 있다. 굳이 자유무역협정이 없더라도 업체의 노력만으로도 협상 타결 이상의 효과를 획득할 수 있는 시장이다.
또 칠레는 이미 전세계에 과일을 수출하는 과수산업 최강국이다. 국토도 열대에서 한대까지 길게 뻗어 있어 생산하지 못하는 과일이 없다. 과수산업은 수출 전략 산업이고, 대지주·기업의 회사농업으로 세계 과일 메이저들이 장악하고있는 다국적 기업군에 들어있다. 칠레 과일은 수확기가 아닌 때에 수입되므로 피해가 적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농민은 제철에는 가격이 폭락하고, 제철이 아닌 때에 수확·출하하여 겨우 수지를 맞춰 왔는데 이제 이런 수익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통상협상은 양국간·다자간 협상이나 미국이 우리에게 개방 압력을 넣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한-칠레 자유무역협상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강점인 자동차, 조선 등의 분야에서 맞설 수도 있고 배울 수도 있는 나라와 우선 자유무역협상을 시작했어야 했다.
기업쪽에선 굳이 필요하지 않은 협상, 농업 쪽에선 해서는 안 되는 협상은 이제라도 철회돼야 한다. 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상의 서명을 중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정 찬 우리밀살리기운동 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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