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추위, 몸이 움츠러든다. 하지만 실내의 텁텁한 공기 때문에 맑고 시원한 바깥공기가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11월의 드라이브 명소 5곳을 따라가 보자. 굳이 산을 오르거나 찬 바닷바람을 맞지 않아도 늦가을의 아름답고 쓸쓸한 정경을 흠뻑 맛볼 수 있다.■벽계구곡 (경기 양평군 서종면)
양평은 서울서 가까우면서도 볼 것이 많다. 예전의 꼬불꼬불한 6번 국도 대신 팔당대교를 거쳐 양평으로 가는 호반도로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한다.
서종면 명달리 계곡은 경기도내에서 보기 드문 오지. 벽계구곡은 명달리 마을을 지나는 맑은 물줄기가 아홉 굽이를 돌아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마소와 병풍소, 박쥐소 등 소(沼)와 여울목이 겹겹이 이어지며 한적한 시골풍경을 그려낸다.
서울∼양평 호반길에서 양수 IC로 나와 양수리에서 363번 지방도를 타고 북한강 카페촌을 지나 6㎞쯤 더 오르면 벽계구곡으로 들어가는 기점인 수입교가 보인다. 기왕에 나선 드라이브를 좀 더 즐기고 싶다면 양수리에서 양평읍쪽으로 계속 올라가 북한강 위로 잘 뻗은 고가도로를 탄다. 옥천에서 사나사까지 올라가는 도보길은 계곡과 기암괴석이 들어차 가족산보길로 딱 좋다. 양평군청 산림공원과 (031)770-2067.
■대청호 드라이브 (충북 청원시·대전광역시)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인공호수 대청호. 그러나 '인공'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광대한 수변을 자랑한다. 섬처럼 떠있는 산봉우리, 이른 아침 물안개가 자욱한 수면이 한 폭의 수채화다. 80년대에는 사진촬영조차 금지되었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호반이 개방됐다.
호수의 북쪽 자락, 그중에서도 청원군 문의면과 오가리 사이의 경관이 빼어나다.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IC에서 대청댐을 거쳐 청주방향 오가리 삼거리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호반드라이브가 시작된다. 길이 매우 굽은 편이라 풍광을 즐기며 여유있게 운전하는 게 좋다. 인근 현암사에서는 첩첩능선의 골을 메운 거대한 대청호를 굽어볼 수 있다.
새미실을 거쳐 신대리 방향으로 접어들면 낙엽쌓인 풀밭에서 가을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데이트코스가 이어진다. 길 끝에 청남대가 있어 더 이상 나아갈 수는 없다. 청원군청 문화공보실 (043)251-3228.
■주암호, 상사호 (전남 순천시 송광면·삼사면)
주암호는 섬진강의 가장 큰 지류인 보성강을 막아 생긴 인공호수. 호반도로가 청정 드라이브코스로 이름이 높으며 선암사, 송광사, 낙안읍성 등 볼거리가 많다. .
호남고속도로 송광사 IC를 나와 27번 국도를 타면 주암호를 오른편에 두고 조계산 자락의 송광사를 들러볼 만하다. 통도사, 해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보사찰'로 꼽히는 대찰로, 봄에 벚꽃터널이 유명하다.
벌교쪽으로 가면 '살아있는 민속마을' 낙안읍성을 만날 수 있다. 툇마루와 돌담, 토방 등에 옛 서민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다.
연인과 함께라면 선암사에 들렀다 상사호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 게 좋다.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송광사 반대편에 있는 선암사 주변 오솔길은 희귀수종이 들어찬 '살아있는 수목원'으로 특히 가을단풍이 멋지다. 선녀가 날아가는 모양새의 승선교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연인들로 늘 활기차다. 순천시청 문화홍보과 (061)749-3022.
■남해도·창선도 (경남 남해군)
'일상탈출'의 기분을 맛보는 데는 뭐니뭐니 해도 해안드라이브가 최고. 남해의 상징인 붉은 남해대교 덕에 이제는 섬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서 이국적인 정취도 맛본다. 1024도로를 따라 서면과 남면을 지나면 꼬불꼬불한 산자락을 따라 남면 해안관광도로가 이어진다. 멀리 내다보이는 노도는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로, 해안도로에서 보는 일출이 아름답다.
초전삼거리를 지나면 일몰이 유명한 미조항이 나타난다. 이곳 명물인 멸치회와 갈치회를 맛본 후 남해섬 제일 풍광이라는 평을 듣는 3번 국도 물미도로(물건∼미주)로 들어간다.
천연기념물인 물건방조어부림이 백미. 300여년 전 방풍·방조를 위해 만든 숲으로 바닷가를 따라 초승달 모양으로 있다. 이 길을 따라 연말 완공될 남해의 창선-사천간 연륙교를 가다 보면 우측에 나무 대신 파란 고사리가 산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0-3228.
/양은경기자 key@hk.co.kr
■광덕고개 (강원 화천군·경기 포천군)
경기 포천과 강원 화천의 경계지역. 아낙네들이 광주리에 갖가지 산나물을 가득 담은 채 쭈그려 앉아 도시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정겹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강원도 철원이고, 내려가면 춘천호반이다. 양쪽 다 겨울을 준비하는 자연을 맛보기에 더없이 좋은 길.
광릉수목원, 포천 이동의 갈비집과 온천, 국민관광지인 산정호수가 지척에 있다. 좀 더 긴 여정을 잡아 화천쪽으로 가는 것도 좋다. 사람손을 덜 탄 강원도 산길이 갈수록 비경인 데다 춘천댐에서 의암댐에 이르는 호반 길도 멋지다. 적당한 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서둘러 길을 나서는 게 주말 오후 지긋지긋한 교통체증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광덕고개로 가는 길은 두 가지. 서울서 47번 국도를 타고 포천 이동을 지나 316번 화천방면 지방도로 갈 수도 있고 춘천댐까지 가서 56번 국도로 넘어오는 방법도 있다. 포천 백운계곡 인근과 고개 너머 광덕리에 민박과 모텔이 많다. 화천군청 관광문화과 (033)440-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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