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이 분야 대표 기업인 루슨트 테크놀로지, 휴렛 패커드(HP), 제록스의 여성 최고경영자(CEO) 트리오가 시험대에 올랐다.영국 BBC 방송은 28일 주가 폭락에 수만 명 감원, 사업 전면 재편 등의 험로를 걷고 있는 루슨트의 패트리셔 루소(50) HP의 칼리 피오리나(48) 제록스의 앤 멀케이(49)가 각각 회사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지만 결국 승리할지는 시간만이 알 뿐이라고 보도했다.
루슨트는 전체 인력의 70% 감원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고 직원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1월에 7.20달러였던 주가는 10월 들어 불과 80센트로 85%나 폭락했다. 주가가 1달러를 밑돌아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폐지 위기까지 맞았다.
1월 코닥에서 옮겨 온 루소는 "힘든 한 해"라고 고백하면서 다른 기업도 형편이 비슷하다는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로 꼽혔던 HP의 피오리나는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비용 절감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그는 5월에 끝난 컴팩과의 합병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합병 이후 통합된 법인은 최근 컴퓨터 제조회사 순위에서 델에 밀려 2위로 처졌다. 대신 합병으로 일자리만 1만 개나 줄었다.
제록스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비용 절감과 비수익 생산라인 감축 등으로 3·4분기에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회계 부정 스캔들 후유증에 단단히 발목이 잡혀 있다. 4년 동안 이익을 30억 달러 과대 계상한 것과 관련해 멀케이는 미 증권거래위원회가 제기한 민사 소송 해결 합의금으로 1,000만 달러를 물었다. 그 여파로 주가는 올 초보다 30% 가까이 떨어진 7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