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들리는 것이 서울시의 개발 소식이다. 그린벨트 해제면적을 4배 이상 늘려 북한산 자락에 뉴 타운을 건설하겠다는 강북 재개발 계획에 이어, 후손을 위해 유보지로 남겨두었던 마곡 장지 지역을 아파트 숲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발표되었다. 설마 설마 하던 청계천 고가도로와 복개도로 철거, 시청 앞 광장 조성을 시장 임기 중에 완료하겠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이번에는 광화문과 남대문 앞을 광장으로 바꾸겠다 한다. 변두리부터 도심지 곳곳이 온통 공사장이 될 판이다.그런 중요한 결정을 시민들과 의논도 없이 일방통행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민선 서울시장의 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는 서울의 교통난을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정말 걱정이다.
28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발표한 '비전 서울 2006' 계획의 정책 방향은 옳다. 서민용 임대주택 10만가구 건설, 상습 수해로부터의 해방, 치매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시설 확충, 공원녹지 확대는 서울시민 모두의 염원이다. 그러나 청계천 복원과 시청· 광화문· 남대문 앞을 시민광장으로 바꾸겠다는 계획만은 절대 서두를 일이 아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계획에 반대할 시민은 없다. 도심지에 여러 개의 녹지광장을 갖는 것은 서울 시민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너른 잔디밭과 벤치, 분수 위로 비둘기가 나는 시민광장의 풍경은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그러나 그 공사로 인한 교통체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현실문제에 이르면 고개를 젓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서울시는 교통체계도 대중교통 소통 위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계획부터 철저히 시행해 도심 교통난을 해결한 뒤에 시민광장을 만드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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