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개 도 가운데 유일하게 국립박물관이 없던 강원도에 첫 국립박물관이 들어선다. 강원 춘천시 석사동 산 27의1 애막골에 자리잡은 국립 춘천박물관(관장 최응천)이 30일 오후 개관식을 갖고, 관람객을 맞는다. 11번째 지방 국립박물관인 춘천박물관의 개관으로, 전국 모든 도가 지역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살린 번듯한 박물관을 갖게 됐다.산의 능선과 골짜기 등 주변 경관을 잘 살려 지은 춘천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3,060평 규모의 현대식 건물 안에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도서실 등을 갖추고 있다.
마당에는 야외전시장 야외공연장 등을 마련해 다양한 문화 행사도 열 계획이다.
소장 유물은 홍천 하화계리 등 강원의 대표적 구석기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을 비롯해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유물과 민속자료 등 총 1,784건 5,443점. 선사 고대 고려 조선 근·현대 등 4개로 나누어진 상설전시실에는 이 가운데 1,364점이 전시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전시 유물은 고려 초(10세기) 사찰인 강릉시 한송사(寒松寺) 터에서 발견된 석조보살좌상(국보 124호). 1912년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65년 한일협정에 따른 문화재 반환 조치로 되돌려 받았다. 국내 불상의 재료가 대부분 화강암인데 반해 이 보살상은 흰 대리석을 사용해 한층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특히 풍만한 얼굴과 몸 표현 등으로, 강릉 신복사(神福寺) 석불좌상과 함께 당대 이 지역의 독특한 불상 양식을 대표한다.
통일신라시대인 804년에 제작된 양양 선림원(禪林院) 터 범종(梵鐘)도 눈길을 끈다. 상원사 종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에 이어 국내에서 세번째로 오래된 이 종은 한국전쟁 때 불타 일부만 일그러진 채 남아있다. 종의 옛 사진과 실측도면 등을 토대로 당시 제작방식인 밀랍주조기법으로 종의 원형을 복원, 실물과 함께 전시한다.
이밖에 고려 태조 왕건이 금강산에서 담무갈 보살에게 배례하는 모습을 담은 '담무갈·지장보살 현신도'(1307), 조선 태조 이성계가 건국 직전 금강산 월출봉에서 발원한 사리구, 조선 숙종의 외조부로 영의정을 지낸 김우명(1619∼1675)의 장례 때 나라에서 만들어 하사한 상여 등도 전시된다.
한편 박물관은 개관 기념으로 11월 말까지 강세황 정선 심사정 등 조선 진경산수화 대가들의 작품 200여점을 선보이는 '우리 땅, 우리의 진경' 특별전을 연다. (033)260―1523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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