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구조조정 완료를 선언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아 5급직(사무관)을 대규모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이는 '고효율 작은 정부'의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4년 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지방공무원 구조조정 방침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어서 대선을 앞두고 지방 공무원들을 달래기 위한 선심성 조치가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정부는 98∼2001년 4년간에 걸쳐 이뤄진 지자체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지방 하위직 공무원들의 인사 적체와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고 판단, 5급직을 무더기로 신설키로 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방공무원의 19.4%에 해당하는 5만6,000여명을 감축한 이후 승진 적체 등으로 지방공무원 조직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자치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5급직을 증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5급직 신설 규모는 대전광역시 5명 등 광역자치단체만 최소 100명에 이르고 기초자치단체를 포함하면 전국적으로는 최소 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하위직들의 연쇄 증원도 뒤따르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지자체는 벌써 잔치 분위기에 휩싸였다. 4년간의 구조조정으로 전체 공무원 3,032명 가운데 17.8%인 542명을 감축한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하위직을 중심으로 승진 포기 의식이 팽배, 최근 3년간 6,7급 조기 퇴직자가 29명이나 발생하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며 5급직 정원 확대를 반겼다. 대구시 관계자도 "직접적 인사 대상인 6급직은 물론, 7,8급직 등 하위직 직원들도 조직개편에 따른 기구 신설 등으로 대규모 연쇄 승진이 이뤄질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자부의 방침에 대해 "대선을 앞둔 선심성 행정에 정권 말 개혁 후퇴의 전형"이라는 비난도 만만찮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지방 공무원 감축을 공공부문 개혁의 최대 치적으로 자랑해온 정부가 정권 말기가 되자 슬그머니 원위치 시키려는 것은 대선을 앞둔 공무원 눈치보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특히 지금 인원을 늘려 놔야 차기정권에서 인원을 줄이더라도 불이익을 덜 받을 것이라는 지자체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당 부처인 행자부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현실을 감안하면 증원이 타당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나서서 5급직 증원의 무리수를 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최정복기자 cjb@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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