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17명의 민간인 희생자를 낸 러시아의 인질극 강경 진압에 대해 미국, 영국 등이 지지 입장을 표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생명을 경시한 과도한 진압이었다는 세계 인권단체나 러시아 국내의 여론과는 대조적이다.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인질사태 비극으로 비난받아야 할 것은 진압 작전을 지시한 러시아 대통령이 아니라 체첸 테러범들"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번 인질극은 발리 폭탄 테러와 같은 끔찍한 테러였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다른 선택이 없었음을 국제사회가 이해하길 바란다"고 거들었다.
이것은 미·영 양국이 이번 사건을 테러로 공식 규정해 대(對) 테러전의 명분을 강화하고, "테러리스트들에게는 예외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인권문제로 비난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의 편을 들어줌으로써 미영 동맹의 대 이라크 전선에 소극적인 러시아를 끌어들이려는 정치적 배려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 등이 푸틴 대통령의 대 체첸 무력 사용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체첸 문제는 반드시 정치적,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도 "러시아가 그동안 국내 문제라고 주장해 온 체첸 분쟁을 다음달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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