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에 이어 최근에는 경유, 액화석유가스(LPG)에도 '가짜'제품이등장, 널리 유통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정품으로 위장한 석유류를 가려내기 위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가짜 석유제품이 늘어나는 것은 정품과 가격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지만,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과중한 세금이 상대적으로 싼 가짜 제품을 찾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유류에 대한 세금체계를 재검토해야 하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자동차용 연료에 붙는 세금은 휘발유 가격의 70%, 경유는 50%, LPG(부탄)는 43%를 각기 차지한다. 유사 석유제품의 주종을 차지해온 가짜 휘발유는 단속이 심하고, 구분이 쉬워 주춤해진 상태. 반면 유사 경유와 LPG는 정품과 가격차가 커지고 식별도 어려워 증가세다. 자동차 공업협회에 따르면 9월말 현재 등록차량 1,373만4,500대중 경유차량은 447만7,800여대, LPG차량은 158만5,100대로 증가추세에 있어 유사 제품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휘발유 가짜는 주춤
대부분 솔벤트와 톨루엔을 50대 50으로 섞어 만드는 가짜 휘발유의 ㏄당제조원가는 휘발유(368원)보다 비싼 405원. 그러나 세금이 없어 1㏄에 850원 이상 차액을 남길 수 있다. 한국석유품질검사소에 따르면 올 1∼9월 전국 석유제품 판매소에 대한 품질검사에서 유사휘발유 적발 건수는 229건(106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 224건(105곳)과 비슷했다.
보너스카드, 마커(식별제) 등으로 '유류실명제'가 가능해져 가짜 판매가 어려워진 때문이라고 정유사들은 보고 있다. 정유사들은 정유카드 포인트 실적(간접 판매량)과 휘발유 공급량이 서로 다를 경우 해당 주유소의 자사상표(폴)를 떼거나, 휘발유에 색깔을 넣는 마커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가짜 유통을 막고 있다.
■구분 어려운 가짜 LPG
가짜 휘발유에 '방어'가집중되자 가짜 제조업자들은 눈길을 경유와 LPG로 돌리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석유품질검사소에 따르면 7∼9월 자동차용 LPG충전소의 저장고 1,064곳을 대상으로 한 품질단속에서 18곳에서 품질불량이 적발됐다. 이는 전체 검사대상의 1.7%로 1∼9월 석유제품 불합격률 0.81%의 2배를 넘는 수치이다.
자동차용 LPG는 부탄가스로 이뤄지지만 가짜는 부탄에 프로판을 혼합해서 만든다. 프로판은 ㎏당 520원인데 비해 부탄은 762원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원가는 ㎏당 433원대로 서로 비슷하지만, 프로판에는 특소세 40원과 부가세 47원만 붙는 반면, 부탄에는 특소세(주행세) 203원을 비롯 교육세, 판매기금 등 329원의 세금이 부가된다. LPG충전소가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유통마진이 줄어들고, 또 정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가짜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프로판은 부탄에 비해 끓는 온도가 낮아 빨리 연소되기 때문에 가짜 LPG의 연비는 낮아지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늘어나는 가짜 경유
가짜 경유는 휘발유만큼 많은 차액을 남기기 어려워 사례가 드물었다. 그러나 세제개편에 따른 경유가격 인상, 디젤차량 폭증, 식별의 어려움 등을 업고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가짜 경유는 등유를 혼합하거나, 솔벤트와 톨루엔 등 특수용제를 섞는 식으로 제조되고 있다.
1∼9월 유사경유는 99곳의 판매소에서 140건이 적발돼,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소는 59.7%(62곳), 건수는 52.1%(92건) 늘어났다. 경유와 등유의 가격차는 2000년 7월 ㏄당 87원(경유 604원, 등유 517원)에서 작년 7월 115원(경유 663원, 등유 548원), 올 10월 130원(경유 730원, 등유 600원)으로 벌어졌다. 정부가 2006년까지 경유가격을 휘발유가격의 75%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작년 7월부터 점차 세율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가짜 경유는 세탄가(연료의 이상점화 방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낮아져 출력저하, 엔진마모, 연비하락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가짜 LPG와 경유는 가짜 휘발유에 비해, 정품과 품질에서 큰 차이가 없고, 주유단계에서 구별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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