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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량도 지리산/애써 오르니… 와! 발아래 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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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량도 지리산/애써 오르니… 와! 발아래 바다가

입력
200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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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도(경남 통영시 사량면) 지리산에 섰다. 멀리 진짜 지리산이 보인다. 그래서 원래 이름은 지리망(望)산이었다. 출중한 것을 보면 닮고 싶은 법. 아예 이름을 지리산으로 바꿨다. 이름 뿐 아니라 모습도 닮았다. 높이가 고작 해발 397m이니 덩치에선 진짜 지리산(1,905m)과 비교가 안된다. 그러나 골격은 비슷하다. 굴곡이 심한 능선길이 그렇고, 작지만 힘있는 봉우리도 닮았다. 높이만 보고 우습게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진짜 지리산이 흉내낼 수 없는 것도 있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계속 푸른 바다를 내려다 보는 것이다. 섬에서의 산행. 독특한 매력과 낭만이 있다.

섬의 북서쪽 끝마을인 내지에서 출발했다. 숲이 우거진 흙길이다. 흙길이지만 가파르다. 이제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한 가파른 숲을 헉헉거리며 올라간다. 약 30분.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인다. 주능선에 닿았다. 바다가 발 아래에 펼쳐진다. 한쪽만이 아니다. 사방이 바다다. 북쪽으로는 사천(옛 삼천포)시와 통영시가 보이고 남쪽으로는 다도해의 꿈 같은 풍광이 이어진다. 숨이 차기보다 눈이 먼저 취해 발길을 멈춘다. 이곳만으로도 멀리 남쪽 바다로 달려온 보람이 충분히 있다.

사량도 지리산의 능선길이 앞에 놓여있다. 마치 낙타의 등처럼 울퉁불퉁 솟은 봉우리들이 유혹한다. 일단 주능선에 올라서면 대부분 바윗길이다. 산이 작은 탓에 그 바윗길이 좁다. 마치 칼등을 타듯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길의 양쪽은 깎아지른 벼랑이다. 그 벼랑 바깥으로는 계속 꿈 같은 바다의 풍광이 따른다. 문득 마을 어른의 배려가 생각난다. "경치좋다고 넋을 잃다 보면 미끄러져 큰 사고를 당하니까, 조심하라고."

주능선의 바윗길을 약 1시간 엉금엉금 기다보면 사량도 지리산 정상에 선다. 정상이라지만 옆 봉우리인 불모산(399m)보다 약 2m가 낮다. 불모산까지 이르는 능선길이 아기자기하다. 거대한 암릉을 타기도 하고, 짙은 숲길을 걷기도 한다.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함께 한다.

불모산까지의 산행이 유격훈련의 피티체조(준비운동)였다면 불모산에서 가마봉, 옥녀봉, 촛대봉 등 세 바위 봉우리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본격적인 유격훈련이다. 불모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그리 길지 않다. 1시간 정도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세 바위 봉우리를 잇는 길은 길이 아니다. 겨우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어거지로 만들어 놓은 통로이다. 로프를 타고 올랐다가 거의 수직에 가까운 철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아주 심한 절벽에는 손잡이를 만들어 놓았다. 손잡이에 의지한 채 발 디딜 곳을 내려다 보며 아찔한 걸음을 옮겨야 한다. 중간중간에도 크고 작은 암릉이 이어진다. 숨이 턱에 닿는다. 평평한 바위가 나올 때마다 쉴 수 밖에 없다.

무려 2시간 30분. 1시간 정도로 예상했던 하산길은 그렇게 엄청난 시간과 힘을 요구한다. 마지막 촛대봉에 닿으면 아예 바위봉우리가 징그러워질 정도다.

촛대봉에 서서 되돌아본다. 지리산 주봉은 불모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거친 파도와 같은 바위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저 봉우리들을 모두 넘었구나.' 남쪽 바다 작은 섬에서 마치 진짜 지리산을 종주한 듯한 뿌듯함을 느낀다.

/통영 사량도=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 사량도 지리산 여행법

사량도는 경남 통영시에 속해있다. 3개의 유인도와 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이 많이 사는 큰 섬은 두 개로 상도, 하도로 불린다. 지리산은 면소재지인 상도에 있다.

지난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에서 많이 가까워졌지만 그래도 긴 여행이다. 섬으로 향하는 뱃길은 많다. 통영여객터미널, 사천항, 가우치항 등에서 여객선과 카페리가 출발한다. 가장 운항횟수가 많고 외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항구는 가우치항(055-647-0147). 사량도까지 약 40분 정도 걸리고 요금도 싸다. 동계(10월∼3월)에는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10분까지 모두 5차례 사량도행 배가 떠난다. 성인은 3,000원, 차량은 9,700원(소형 승용차 기준)이다.

섬 여행에서 반드시 챙겨야하는 것은 돌아오는 배편을 확인하는 것. 사량도에서 오전 8시30분에서 오후 5시10분까지 가우치행 배가 출발한다. 가능한 한 마지막 배는 피할 것. 차와 사람이 몰리다 보면 꼼짝없이 하루를 더 묶게될 수도 있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탄다. 서진주IC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길을 바꿔 사천IC쪽으로 빠지는 것이 편하다. 3번 국도로 사천시쪽으로 향하다가 사천공항 지나 좌회전하면 고성행 33번 국도이다. 고성을 지나 통영행 14번 국도로 갈아타고 약 10㎞를 달리면 가우치항으로 들어가는 77번 국도가 오른쪽으로 나타난다.

섬에 몇 개의 여관이 있고 대부분의 식당에서 민박을 친다. 지난 달 사량섬유스호스텔(641-8247)이 문을 열었다.

섬의 북서쪽 끝마을인 내지나 남서쪽 끝마을인 돈지에서 지리산에 올라 불모산-옥녀봉 등 산을 종주하고 섬의 관문인 금평리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 산행 코스. 약 8㎞로 5시간 정도 걸린다. 금평리에서 옥녀봉에만 오르내리는 산행도 인기가 있다. 3시간 코스. 사량도 지리산 산행의 핵심은 '조심'이다. 위험한 코스에 산을 오르내리는 시설은 마련돼 있지만 실수를 할 경우 사고를 막아줄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대부분의 난코스에 우회로가 마련돼 있다. 초보자이거나 담이 약하다면 무조건 우회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오돌오돌 담백한 맛 "돌멍게" 드셔보세요

길에 놓여 있으면 영낙없이 돌이다. 그러나 물 속에 넣으면 살아 꿈틀거린다. 작은 입을 열고 물을 호흡한다. 돌멍게(사진)는 그렇게 볼품없이 생겼다. 그러나 바다의 맛과 향기를 온 몸에 품고 있는 매력있는 해물이다.

통영과 남해 등 한려수도의 맑은 물에서 산다. 수심 20m 부근에서 자라는데 양식이 힘들어 해녀들이 직접 물에 들어가 딴다. 하지만 외모 탓인지 찾는 이들이 없어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반을 쪼개 속살을 회로 먹는다. 멍게와 같이 바다의 향기가 일품이다. 대부분 껍데기는 외면하는데 진짜는 이 껍데기에 있다. 일단 속껍데기를 파내 역시 회로 먹는다. 마치 참소라의 살처럼 오돌오돌하고 담백해 술안주로 일품이다. 대충 속껍데기를 파낸 겉껍질이 진수다. 소주를 부어 약 1분 정도 뒤에 마신다. 소주의 독한 맛이 없어지고 대신 은근한 향기가 코로 올라온다. 바닷속에서 빚은 술 같다. 사량도 포구에 가면 돌멍게를 볼 수 있다. 아주머니들이 좌판을 차리고 멍게를 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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