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1915∼2000)의 훼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시인 신경림씨가 미당을 비판한 데 이어 문인협회가 기획한 미당시문학제 행사도 지역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시인 신경림(66·사진)씨는 25일 경남 진주시 진주문고에서 열린 초청강연회에서 미당의 행적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신씨는 이날 강연에서 미당의 '나쁜' 행적을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에 빗대 설명했다.
신씨는 "워즈워드는 철저한 기득권 보수주의자로, 전두환 앞에 가서 축시 써준 서정주와 비슷한 사람"이라면서, "시인도 좋은 시를 쓸 때가 있고 나쁜 시를 쓸 때가 있다. 그러나 나쁜 짓을 할 때 쓴 시는 다 버리고 그 일에 대해 비판할 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시인 중에 젊었을 때 좋은 시를 쓰다가 늙어서 나쁜 시를 쓰고 나쁜 짓을 한 시인들이 있다"면서 남한의 서정주 시인과 북한의 이병철 시인을 예로 들었다. "서정주 시인은 전두환 전 대통령 앞에서 '축시'를 써주고 세계일주 여행이라는 대가를, 이병철 시인은 '김일성 찬가'라는 시를 써주고 북한에서 편안한 생활을 보장받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당 시문학관 개관 1주년을 맞아 11월 2∼4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미당 시문학제'도 취소됐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미당의 친일 행적과 군사정권 옹호 등의 경력을 들어 문학제 개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행정기관이 행사비 지원과 학생 동원에 나설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처할 것"이라는 거센 반발에, 주최를 맡았던 문인협회 전북 고창지부는 행사 개최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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