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보다 공고한 유럽통합을 위해 또 한번 거보를 내디뎠다.유럽미래회의(CFE·유럽헌정회의)는 28일 EU를 2004년까지 강력한 국가연합체로 탈바꿈하는 것을 골자로 한 헌법 초안을 공개했다. 이 초안이 채택되면 현 EU는 기존 15개 가입국과 2004년에 새로 가입할 동구 및 지중해 지역 10개국 등을 아우르는 25개 국가연합체로 거듭난다.
초안 작성을 주도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CFE 의장은 "이번 작업으로 새 유럽의 시작을 알리게 됐다"고 의미를 평가했다. 그는 초안을 미국 헌법에 비유, 이번 청사진이 미합중국을 모델로 작성됐음을 숨기지 않았다.
헌법 초안 46조로 구성된 초안은 유럽 통합을 추진하는 비법률적 주체인 EU를 독자 집행권을 갖는 법률적·정치적 실체인 국가 연합체로 격상시켰다. 또 새로운 EU의 목표로 사회·경제 통합과 회원국 공동의 안보 외교정책 보호를 설정, 독자적인 외교 안보 정책을 구사할 것임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EU는 유엔에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길이 열리게 됐고, 외국 등과도 자유롭게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초안은 또 EU의 새 명칭으로 연합유럽(United Europe)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 유럽공동체(European Community) 등을 제안했다.
EU 성격 변화에 따라 산하 기구들도 강력한 집행 기능을 갖춘 기구로 변한다. 먼저 현행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의원들과 개별 회원국 의원으로 구성되는 의회(Congress)가 창설되며 집행위원회의 권한도 크게 강화된다.
회원국 국민들의 경우 자신의 의사에 따라 유럽시민(European) 이라는 또 다른 국적을 취득할 수 있고, EU 회원국들은 탈퇴의 자유를 보장받게 된다.
전망 초안은 내년 6월 EU 정상회의에 제출돼 2004년 정식 채택될 예정이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영국과 프랑스 등이 선호하는 대통령 및 외무장관직 신설에 대해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 '2등 회원국'전락을 우려하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집행위원회 권한 강화에 대해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각기 찬반으로 나뉘어 있고, 국민들의 이중 국적 취득에 대해서는 영국이 '어림없는 소리'라며 벼르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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