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기는 한데 글쎄…."28일 서울시가 발표한 시청·숭례문·광화문 도심광장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이렇다 할만한 광장이 없는 서울시의 중심에 문화와 시민교류의 공간을 만드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것.
■어떻게 조성되나
서울시는 2003년 말까지 시청앞에 4,200평 규모의 광장을 만드는 데 이어 2005년까지 광화문 앞과 숭례문(남대문) 주변도 광장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광화문 앞은 차로 폭을 줄여 미관광장으로 조성하고, 숭례문 주변엔 횡단로와 휴식공간을 만들어 관광자원화할 예정이다. 시는 이곳을 남대문시장, 덕수궁, 정동극장, 시립미술관, 경복궁, 민속박물관 등 주변 문화재와 연계해 도보관광코스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명박시장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시청과 숭례문, 광화문 일대를 시민들을 위한 휴식과 문화공간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광장인가
하지만 시의 이번 광장구상은 처음부터 시민참여를 배제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광장이란 주민에게 가장 친숙한 공간으로 자발적인 참여와 자연스런 의견조성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 행정지원이 뒷받침되는 '선(先) 시민운동 후(後) 행정지원'방식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서울시는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재준 도시재생위원장(협성대교수)은 "도시를 상징하는 광장은 문화와 역사를 담는 곳"이라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 자체가 광장조성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중앙대 유중석교수(도시공학과)는 "광장만 만들어 준다고 문화가 자연히 따라주는 것이 아니다. 광장이 주변 문화관광자원은 물론 도시기능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 지가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안없는 교통대책
시는 발상의 전환을 하면 교통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교통문제야 말로 광장조성의 가장 큰 현실적인 걸림돌임이 틀림없다.
전문가들은 "하루 23만여대의 자동차가 다니는 시청 앞에 광장이 조성되면 세종로 태평로 청계천로의 교통흐름이 일제히 바뀐다. 도심에서 동서외곽으로 빠지는 주요 길목인 광화문 앞의 교통기능이 떨어진다면 세종로와 율곡로의 교통체증은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시는 또 경찰청 등 교통처리를 담당하는 관계 부처와 한마디 상의나 협의 없이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전준비 부족의 양상을 노출하고 있다. 서울시경찰청 권진용 관제1계장은 "교통량이 많은 지역에 도로를 없애거나 신호를 추가할 경우 교통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데만 6개월 이상 걸린다"며 "시청과 남대문, 광화문 등에 광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준비중인 교통체계 개혁안이 실현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문제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이성원기자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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