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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극 진압 의혹 증폭/"러, 사린가스 썼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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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극 진압 의혹 증폭/"러, 사린가스 썼을수도"

입력
200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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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당국은 27일 모스크바 문화센터 극장 인질사태 진압 과정에서 인질이 대량 사망한 원인이 독가스 때문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당국은 독가스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아 내외의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러시아 보건부 고위관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숨진 인질 117명 가운데 115명이 특수부대가 사용한 가스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원한 인질 646명 중 145명이 중환자실에 있으며 이중 45명은 위독하다고 밝히고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미한 환자 339명은 28일 퇴원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27일 사용된 독가스가 화학무기금지조약(CWC)이 사용을 금한 신경작용제일 가능성이 크다며 가스 성분을 밝히기 위한 독자 조사권을 줄 것을 러시아측에 요구했다. BBC 방송은 "미국측도 중독자 치료에 필수적이라며 독가스에 대한 정보 제공을 공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입원한 피해자들이 대부분 무기력 상태이며 일부는 호흡곤란과 무의식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독가스의 정체에 대해 러시아와 미국 전문가들은 사린이나 VX 신경가스, 소만(Soman)가스 같은 신경가스 계열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BBC는 레프 표도로프 러시아 화학안전연맹회장의 말을 인용, 독가스는 냉전 시대 군사용으로 개발된 비치명적 화학무기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마취전문의 예브게니 예브도키모프는 "일반적인 마취제로 쓰이는 최면물질일 것"이라며 이 물질은 과다 흡입할 경우 무의식에 이르거나 호흡 및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과잉 진압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코메르산트지는 이날 '살인 가스'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과잉 진압을 비난했다. 특수부대 진입 시점에 대해서도 "반군이 인질을 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당국의 발표를 뒤엎는 증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인질들은 "독가스 주입 전 극장 내부는 평온했다", "반군은 인질을 의도적으로 살해하지 않았다"고 말해 특수부대가 선제 공격했음을 시사했다.

특수부대가 현장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마약 주입용 주사기와 술병 등이 현장에서 발견됐지만 인질들은 반군이 매우 질서정연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했다고 증언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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