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외아들을 잃은 80대 할머니가 전 재산을 털어 지은 무료양로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26일 세상을 등진 고(故) 이순덕(80·세례명 안나·사진) 할머니는 평생 모은 고향 땅을 사회복지법인 대한성공회 성가수녀회에 기증, 무료양로원을 짓고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을 수발하면서 남은 인생을 바쳤다. 할머니는 서른이 채 되기도 전 한국전쟁으로 남편이 행방불명 된 뒤 삯바느질, 행상 등 궂은일을 하며 시부모와 외아들을 뒷바라지 했다.
그러나 고려대 졸업 후 교사가 된 외아들 최성복(1948년생)씨가 지병으로 2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해 할머니는 또 한 번의 시련을 겪었다. 희망을 잃은 할머니는 재산을 사회에 기증키로 마음먹고 81년 평소 인연을 맺고 지내던 수녀를 통해 성가수녀회에 전 재산인 고향 땅 인천 강화군 온수리 임야 4,500평과 대지 등 800여평을 기증했다. 성가수녀회는 이 할머니의 세례명을 따서 양로원을 '안나의 집'으로 이름 지었다. 할머니는 이 곳에서 2명의 수녀와 함께 수십명의 노인을 수발하며 20여년을 지냈다.
그러나 올 5월 장애인용 전동차가 전복되면서 뇌를 크게 다친 이 할머니는 5개월여의 혼수상태 끝에 결국 세상을 등졌다. 성가수녀회 헬레나 수녀는 "고인은 '아들 없어도 괜찮아.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면서 살면 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회고했다. 28일 오전 김성수 주교의 집전으로 장례식을 치른 뒤 할머니는 고향인 온수리 성공회묘지에 안장됐다.
/송두영기자d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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