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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서 음악공부가 영화보는 눈 크게해"/정 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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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서 음악공부가 영화보는 눈 크게해"/정 재 형

입력
200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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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독'을 보면 낯익은 이름 하나가 눈에 띈다. 음악감독 정재형(32)이다. 영화 음악은 '마리아와 여인숙'(1997)에 이어 두번째지만 그보다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만남을 시도했던 혼성 3인조 베이시스와 1996년 2집에서 히트했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가 먼저 떠오른다. 약간 낯설지만 금방 동화하는 멜로디와 고개가 끄덕여지는 노랫말이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다.'마리아와 여인숙'은 정재형이 해외유학을 떠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한양대 작곡과 출신 대중 가수로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만나는 영화음악이 해볼만하다 생각했지만 결과는 부끄럽기만 했다. "내가 감독인 내 음반은 몰라도 영화 감독 밑에서 스태프로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죠." 98년 프랑스로 떠나 5년째 머무르고 있다. 파리의 에콜 노르말 드 무지크에서 영화음악으로 석사를 받았고 지금은 클래식 석사 과정을 다니고 있다. 올 3월 '정재형 2집'으로 다시 돌아오기 까지 한동안 잊혀져 있었다.

'중독'은 뜻밖의 프로젝트였다. 영화사에서는 당초 미국 보스톤 버클리 음대에 유학 중인 김동률에게 음악을 맡기려 했으나 김동률은 정재형을 추천했다. 파리로 날아와 정재형을 설득하기까지 했다.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비주류적 성향 때문에 두 달을 망설였다. 한양대 음대 동창이었던 쌍둥이 자매 바이올리니스트의 제의로 엉겁결에 시작한 베이시스 때부터 흥행이나 홍보는 늘 뒷전이었다. 베이시스의 음악은 전형적인 가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 참신함을 좋아했다. "영화의 코드가 저와 맞는다는 생각에서 결국 하기로 했어요."

그가 만든 '중독'의 음악도 할리우드 스타일이나 흥행을 고려해 객원 가수를 잔뜩 동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장면의 길이까지 고려해 만든 음악은 영화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음악으로 '떡칠'이 된 영화는 하고싶지 않았어요."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의도 같은 것도 보이지 않는다. 직접 노래한 '라 플뤼(비)'를 불어로 부른 것도 "노랫말이 이미지를 제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본이 된 오케스트라의 사용에서는 "정재형이 안보였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과는 달리 클래식 경력과 유럽적 정서가 진하게 배어난다. 두 달 동안 양수리 서울종합촬영소에서의 '끔찍한' 후반작업까지 마치고 보니 "프랑스에서의 공부가 음악보다 영화를 보는 눈을 크게 만들어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정재형은 11월9일 다시 프랑스로 떠난다. 다작을 꺼리는 성격이라 내년 6월 작품 발표회까지는 공부만 할 생각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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