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지만 대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줄이는 등 갑작스런 취업한파가 불어닥치며 예비졸업생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모의면접을 실시하는 등 생존 전략을 파악하기에 여념이 없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이 결코 놓치고 싶지않은 인재임을 확인시켜주는 게 중요하하다"고 충고한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조언과 요즘 취업세태를 짚어봤다.■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젊은이가 최고
국내 기업들이 추구하는 인재의 공통 덕목은 '창의성'과 '도전정신'이다. SK텔레콤 허남철(許南喆) 인사담당 상무는 "틀에 박힌 모범생보다 대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폭넓은 사고력를 갖추었다는 점과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영어 구사, 컴퓨터 활용, 학점 관리는 필수조건이며 다양한 사회활동도 가산점대상이라는 것. 삼성전자 인사팀 인재개발연구소장 안승준(安承準) 상무는 "그러나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라고는 하지 않는다"며 "기존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고 논리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사람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팀워크'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 덕목. LG상사 인재개발팀 안경호(安京浩) 상무는 "기업 실무는 대개 팀을 이뤄 여러 사람이 함께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그룹토론과 같은 면접시험단계를 통해서 팀워크 및 대인관계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대표되던 금융권도 변화를 추구하며 적극적인 인재를 찾고 있다. 우리은행 강병모(姜秉模) 인사담당 부부장은 "금융업계가 다른 업종보다 변화가 크고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성실성과 도덕성으로 능력을 인정받던 때는 지났다"며 "자기계발 의지가 확고한 사람이 회사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인사팀 강용희(姜庸熙) 차장은 "서비스업의 특성상 고객이나 주위 사람들과 문제없이 지낼 수 있는 친화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처럼 연구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은 전공 지식이 개인 역량에서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수출 등 영업업무가 많은 종합상사는 신입사원 선발 시 상대방을 설득하고 협상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점적으로 살핀다.
■잡초근성이 사라져간다
인사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이 당장 한 사람으로서의 몫을 해내기는 어려우며 대개 2, 3년은 지나야 제몫을 해낸다"고 말한다. 실무에 투입하려면 기업 차원의 재교육이 불가피하다는 것. 삼성전자 안 상무는 "기본 개념도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등 대학에서 배운 전공 지식이 기대보다 저급한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LG상사 안 상무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원들에게서는 잡초 같은 기질이 안 보인다"고 지적하고 "같은 조건이면 난관을 돌파해낼 수 있는 근성을 갖춘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기초학문보다 응용학문 전공자가 유리
공식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초 학문보다는 응용 학문 전공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출신 대학의 학풍, 혹은 출신지역에 따라 업무처리 스타일이 달라진다는 식의 특성은 퇴색했으나, 전공에 따른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상경계 출신은 사업적 마인드가 강해서 현실적이고 실리를 좇는 편이라는 게 공통적 평가. 이공계 출신은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결정된 프로젝트에 관한 한 논리적으로 접근해가고, 인문계 출신은 유연한 발상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기업의 한 인사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원자가 영어 등 외국어에서 웬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문계 출신이 메리트가 없다"며 "영업에서도 제품에 대해 깊은 전문지식을 지닌 이공계 출신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강 차장은 "최근 여성에 대한 선입견도 사라져 여성 지원자의 선발 비중을 높이려는 분위기"라고 전하며 "여대를 졸업한 신입사원들이 도전 정신이 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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