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관련 대기업들이 영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업종으로 잇따라 뛰어들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기업은 해마다 생산량이 3∼10% 가량 줄어들 정도인 국내 식품시장의 포화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작은 연못'에 발을 들이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영세업체들은 할인점의 공세로 매출이 반토막 난 이후 다시 한번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대기업과 싸우는 꼬마 반찬가게들
두산식품BG는 최근 서울 도곡동에 대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반찬가게 '데이즈'를 열었다. 두산은 국내 반찬시장이 연간 5,000억원 규모이고 일본의 경우 반찬이 백화점 식품부 매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짭짤한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연말까지 서울에 한두 곳을 추가로 개설하는 등 매장수를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매장안에 반찬가게를 두고있는 LG슈퍼마켓은 12월 즉석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경기 용인 지역에 열어 반찬 판매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분당의 주부 박모(31)씨는 "대기업의 반찬가게는 일반 반찬가게처럼 조미료를 많이 쓰지않아 맛이 깔끔해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할인점의 반찬가게 때문에 이미 매출이 뚝 떨어진 재래시장과 주택가의 반찬가게는 대기업의 추가진출로 고사위기에 놓였다며 울상을 짓고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7년째 반찬가게를 하고 있는 송신자(40)씨는 "20∼30대 손님을 찾아볼 수 없다"며 "대형 반찬가게에 맞서려니 조미료도 안쓰고 고급재료만 넣는데도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고 토로했다. 신풍시장의 조모(43)씨는 "우리 가게의 김치 맛이 좋으니 다른 반찬은 집어치우고 김치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돈 되면 레스토랑도 한다
동원F&B는 연말까지 '카페 엘빠소' 50개점을 오픈한다. 현대백화점 계열의 단체급식업체인 현대 지-네트는 최근 서울 역삼동에 160석 규모의 퓨전 레스토랑 '휴레아' 1호점을 개점하고 외식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내년에 추가로 2∼3개점을 열어 연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단체급식업체인 신세계푸드시스템도 뷔페식 레스토랑인 '까르네스테이션'을 서울 대치점, 강남점, 종로점 등 5개 매장 외에 추가로 2∼3곳을 오픈한다. CJ는 12월 초 서울 신촌에 유럽풍 카페 1호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서울 신림동의 카페 '더 바'의 김수종(35) 사장은 "레스토랑은 인테리어 장사인데 자영업자가 아무리 노력한들 대기업의 인테리어를 따라갈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또 "대기업이 연매출 1억∼2억원 정도인 자영업자들의 몫을 탐내는 것은 무분별한 문어발확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형 패밀리 레스토랑 5∼6곳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식품을 잡아라
대기업들은 또 바이오벤처들이 선점한 건강식품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양식품의 계열사인 삼양유지사료를 인수한 CJ는 홍콩의 유통업체 데어리 팜으로부터 외자를 유치, 화장품과 건강식품 전문점인 '올리브 영(Olive Young)' 사업을 강화했다. 코오롱도 조만간 건강식품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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