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민주당 노무현 후보,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 등 주요 대선주자 3인은 국민연금 등 복지 정책에 대해 하나같이 깊은 관심과 함께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했으나 노사정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폐지'와 '격상'의 극히 엇갈린 견해를 보였다. 한국일보는 이들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32개 항목의 경제정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이를 토대로 28일 주자들의 경제관과 재벌·기업관을 심층 검증한데 이어 이번에는 노동·복지관과 함께 부동산·증시대책 등을 짚어봤다.● 복지
세 대선주자가 가장 다양한 아이디어를 낸 분야이다. 그만큼 복지와 서민대책이 경제정책 대결의 핵심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연금 등 4대 연금 부실문제에 대해 이들은 현행 '저부담-고지급' 체계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같이 했지만 해법은 각각 달랐다. 이 후보는 "보험료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국민연금의 지급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와 정 의원은 국민연금을 '적정부담-적정지급' 체계로 전환, 보험료는 높이고 지급액은 줄이자는 입장이다. 노 후보는 특히 "연금을 주택부문에 장기 투자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와 정 의원은 또 현행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으로 분리, 기초연금이 '1인1연금제' 역할을 담당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세 형평과 관련, 이 후보는 "저세율 구조로 전환, 탈세의 유혹을 줄이고 근로자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의료비 등에 대한 소득공제 금액을 현실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불의의 재난을 당했을 때 재해손실액의 일부를 보전해주는 '재해손실 소득공제제도'를 도입하고,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강화를 위해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부담을 현재보다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를 위해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로 전환, 증여·상속으로 이익이 발생한 경우 예외없이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재산세 과표 현실화, 1가구2주택에 대한 재산세 누진과세 등을 제시했다.
정 의원은 정확한 소득포착을 위해 세무공무원을 대폭 증원하고 직접세 비중을 늘려 누진적 조세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업 및 인구 고령화 대책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책제안이 쏟아졌다. 우선 이 후보와 노 후보는 향후 5년간 250만개 일자리를 신규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고령자 고용 기업에 장려금을 지급하고, 퇴직하지 않고 임금을 줄여 계속 근무하는 방법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연령차별금지법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 공적자금
이 후보는 정부가 발표한 공적자금 손실분 69조원의 내역을 전면 재검토, 추가 회수가능 부분을 찾는 등 회수 극대화 노력을 선행할 것을 주장했다. 상환기간은 인구구조 고령화, 연금 수지악화, 남북통일 등 향후 재정 악화요인을 감안, 현행 25년보다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후보는 공적자금 운영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손실분 69조원 가운데 정부재원으로 충당해야 할 49조원은 공자금 상환을 위한 별도 기금을 만들고 이 기금은 국채를 발행해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정 의원은 현재의 상환 방식에 대체로 찬성했으며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가 정부보증에 의해 발행한 채권은 국채로 전환, 이자부담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대북사업
예상대로 세 대선주자는 대북관에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이 후보가 "포용정책의 기조는 유지하나 현 정부의 무원칙한 햇볕정책은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노 후보와 정 의원은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대의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해서도 시각차는 극명했다. 이 후보는 "현 정권의 무원칙한 대북정책과 '퍼주기'의 대표적 사례인 동시에 현대와 정권간에 이뤄진 정경유착의 고리"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반면 노 후보는 "민족사업이자 평화사업이며 남북 긴장완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한 만큼 금강산사업을 통한 직접적인 현금지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 후보는 "금강산 육로관광이 본격화하면 보조금 지급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지금은 적자가 심하지만 사업성은 적어도 5년 후에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부동산·증시대책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이 후보는 장기적으론 주택공급이 가장 확실한 대책이지만, 당장은 재산세와 양도세를 현실화하고 기준시가를 합리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도권 주택난 완화를 위해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기보다는 자족기능을 갖춘 환경친화적 미니 신도시를 분산,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대형주택에 대한 세제 현실화 서민주택 공급확대 강북지역 개발을 부동산 해법의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정 의원은 단기적으론 투기과열지구 확대지정, 아파트분양권 전매금지, 청약배수제 강화를 도모하고 중장기적으론 지역균형발전 등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 부동산 취득세·등록세를 통합, 인하하고 보유과세를 상향조정 하는 한편 거래 투명화를 위해 '실거래가격 등기제'를 수립하자고 제안했다.
증시 활성화 대책은 대체로 비슷했다. 세 대선주자 모두 단기 대응보다는 수요기반 확충, 투자 장기화 유도, 공시제도 강화 등 시장투명화 정책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 노동관
"노사간 합의는 포기하고 협의만 해야 한다."(이 후보와 정 의원)
"노사 합의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격상, 강화해야 한다."(노 후보)
세 대선주자의 노동관은 노사정위에 대한 평가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노 후보가 필요하다면 대통령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아 합의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반면 이 후보와 정 의원은 노사정위를 합의기구에서 단순 협의기구로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노사정위가 너무 폭 넓은 쟁점을 다루고 합의를 목적으로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어느 것 하나 해결되기 힘들다"며 "이를 폐지하고 노사정 3자 협의기구를 구성하되 노사 합의가 어려운 사안은 정부가 책임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도 "노사정위를 공익(정부 포함) 위원이 주도하고 노사가 협의에 참가하는 기구로 개편하자"며 "공익위원 수는 늘리고 노사 대표의 수는 줄이자"고 제안했다.
반면 노 후보는 노사정위를 상설 기구로 격상시키고 논의 주제를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중요 결정사안에는 대통령이 직접 참여해 합의를 유도하고 지역·업종별 하부 노사정 기구까지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해서는 세 사람 모두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경영권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노조가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반대하거나 회사합병에 반대하며 파업을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노 후보 역시 노조의 일반적인 경영참가는 적절하지 않다고 봤으며, 정 의원은 CEO 선임에 대한 영향력 행사 및 합병반대를 위한 파업 등 노조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할 수 있으나 경영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 단계적으로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외국인을 합법적으로 고용해 국내법에 따라 보호하는 대신 불법체류자를 철저히 단속하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이밖에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세 주자 모두 찬성했다. 이 후보는 특히 국회차원에서 노사합의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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