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2000년 열 아홉의 나이로 박화요비가 데뷔했을 때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평이다. 당시만 해도 낯선 음악이었던 R&B를 놀랄 만큼 잘 구사한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듣는 사람과의 거리가 제법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기 색을 지키면서도 어렵지 않게 음악을 하는 건 박화요비에게 숙제가 되었다. R&B가 보편화하고 이런 저런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어렵다는 말은 이제 정말 듣기 싫어요"라며 고개를 내젓는다.지난해의 2집에서는 고민을 확실하게 풀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주변인 같은 음반이 되었다"는 게 자평.
이번에 세번째 음반 '비커즈 아이 러브 유(because I love you)'를 내면서 좀더 적극적인 해법을 택했다. 타이틀 곡을 리메이크로 정한 것. 1996년 이정봉이 불러 히트했던 '어떤가요'를 다시 불렀다. 처음 그를 발탁한 신촌뮤직 장고웅 사장이 추천했을 때는 "왜 그 노래지?"했다. 리메이크 곡을 부르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부르고 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가장 잘 된 곡이었다. 남성 발라드에서 여성 R&B로 분위기가 싹 바뀐 '어떤가요'는 박화요비의 미성과 R&B 창법을 살리면서도 단조의 노래들에서 비롯되었던 어두운 느낌을 어느 정도 거두어 준다. 원곡의 익숙한 멜로디는 변화가 많은 보컬과 높은 음역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노래와의 거리를 좁혀준다.
색깔은 다른 곡, 특히 자작곡으로 전보다 진하게 했다. '어떤가요'의 바로 뒤를 잇는 '온&온'을 "가장 하고 싶은 음악, 뉴 잭 스윙을 마음껏 시도 해본 곡"이라며 첫 손가락에 꼽는다. 느린 움직임이 적당한 관능미를 풍긴다. 비트를 강조한 윤일상의 발라드 '도움'도 박화요비 보컬의 매력을 드러내는 노래로 먼저 귀에 들어온다.
노랫말에 대한 관심은 이번 음반 최대의 수확이다. "전에는 기교에 치중하다보니 가사 전달이 잘 안될 때가 많았어요. 이번에는 절제를 통해 노랫말이 주는 느낌을 전하는데 주력했어요." 소녀 티를 벗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말 할 때는 여전히 애기 투지만 노랫말에서는 존칭이 줄고 단정적인 화법이 눈에 띈다. 그리고 구체적이다. "꿈 같은 사랑, 추상적인 느낌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사랑을 노래했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내 이야기로 느낄 테니까요." 전에 없던 생각이다. 노래 한 곡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는 박화요비. 그 노래를 통해 자신의 인생도 바뀌어가고 있는 듯하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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