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도청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조사와 관련, 그 형식과 내용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사이에 이견이 적지않아 실시 여부가 불투명하다.두 당은 28일 총무회담에서 도청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으나 조사의 목적과 범위 등을 특정하는 국정조사요구서의 문안을 이날 밤까지 작성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경위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와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날 회담 후 "국정원 도청 관련 의혹 확인 및 검증을 위한 국정조사를 정보위원회에서 실시하기로 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은 "국정조사 기간은 10월28일∼11월28일로 하되 조사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은 정보위원회에서 정한다"고 돼 있다. 이를 놓고 한나라당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회담 직후 국정원 등이 "국정조사는 안 된다"고 반발한 데 영향을 받은 듯 "정보위원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발을 뺐다.
그러자 한나라당 이 총무는 "회담에서 정 총무가 '도청설이 근거 없는 폭로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며 "국정조사요구서를 우리가 내겠다고 하자 양당 합의로 내자고까지 말해놓고는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정균환 총무는 오후 늦게 "(형식상으로는)국정조사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국가정보기관의 특성을 고려, 통상적인 국정조사와 달리 TV 청문회는 하지 않고 증인 채택 등도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물러섰다.
▶국정원 입장
국정원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통상적인 국정조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신건(辛建) 국정원장은 이날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요청한 것은 정보위 차원의 현장 조사"라며 "정보기관에 대한 국정조사는 선진 외국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정 총무가 '형식적인' 국정조사 수용 방침을 확인한 것에 대해 "이번에 국정조사를 받게 되면 선례로 남게 돼 앞으로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국정조사 요구가 나올 경우 피할 수 없게 된다"면서도 "국회가 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물러섰다.
▶전망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하고도 유야무야됐던 다른 국정조사처럼 이번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도 제대로 실시될 지는 미지수다. 첫 관문인 국정조사요구서 문안 작성부터가 난제인데다 설사 이것이 이뤄져도 국정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게 될 조사계획서 채택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어느 한 쪽에서 향후 국정조사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게 될 경우 조사범위 증인채택 등을 둘러싸고 양보를 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국정조사를 무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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