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를 가진 1급 중증 장애인의 입장에서 부산 아시아·태평양장 애인경기대회를 보는 느낌이 남다르다. 이번 대회는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이 있고 나서 열리는 것이어서 관객이 많지 않으면 한층 썰렁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텅 빈 장애인 경기장의 모습은 누가 봐도 좋은 그림은 아닐 성싶다.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학교, 일터, 그리고 일상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시설물의 계단과 턱, 또 비장애인들의 회피와 거부의 태도는 장애인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고픈 열망을 꺾고 있다. 장애인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되고 만 것이다. 우리들 손으로 이룩한 사회가 400만 장애인들을 '그들'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은 모순이다.
현대 사회의 선진화 정도를 비교하기 위한 척도는 1인당 국민소득(GNP), 인간개발지수 등이 있다. 우리 나라도 이런 척도를 통해 선진국의 가능성을 측정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한국인들이 이제 장애인에 대한 배려야말로 선진국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느끼고 있다. 세계 여행이 보편화하면서 선진국의 장애인 시설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다. 바로 이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의 모습이다. 장애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사고, 산업재해, 질병은 예고없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장애인이라는 점 때문에 사회의 뒤편에 머물러 있도록 방관해서는 안된다. 아·태장애인경기대회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화합과 통합을 실현하기 어렵다.
아·태 장애인경기대회의 성화가 점화됐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잠자고 있던 인류애를 일깨워 함께 하는 마당으로 인도하려 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만든 장벽을 허물고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회 기간 동안 보여줄 우리의 참여와 관심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 익 섭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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