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나의 이력서]영원한 청년 이만섭(80)신한국당 상임고문 시절 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나의 이력서]영원한 청년 이만섭(80)신한국당 상임고문 시절 ⑥

입력
2002.10.29 00:00
0 0

노동법 개정안이 날치기 통과되자 온 나라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졌다. 1997년 벽두부터 노동계가 들고 일어나 총파업에 들어갔다.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이미 수습 능력을 잃어 버린 상태였다.그러나 문민정부를 무너뜨린 결정타는 노동계가 아니라 재계에서 터져 나왔다. 다름 아닌 한보 사태였다. 1월23일 거대한 부실 덩어리인 한보철강은 채권은행단이 요구한 주식 포기각서 제출을 거부했다. 채권 은행단은 이에 따라 한보철강을 최종 부도처리했다.

한보 철강의 부도는 단순히 한 재벌의 몰락으로 끝날 사건이 아니었다. 정치·경제적 파장이 엄청났다. 자기 자본이 고작 900억원 밖에 안되는 기업이 94년 이래 무려 5조원의 여신을 받은 데 따른 특혜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모든 사람이 정태수(鄭泰守) 한보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했다. 정치인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정태수 회장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가 나돌았고, 이윽고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정국은 심하게 요동을 쳤다.

검찰 수사 결과 문민정권의 실세라던 홍인길(洪仁吉) 황병태(黃秉泰) 정재철(鄭在哲) 의원과 김우석(金佑錫) 건교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들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대거 구속됐다. 야당에서도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 총재의 최측근인 권노갑(權魯甲) 의원이 구속됐다. 한보 사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홍인길 의원의 입에서 "나는 깃털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왔고, 이에 따라 '몸통'이 누구냐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한보 사태의 여파는 결국 김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에게 미쳤다.

'김현철 사건'은 그렇잖아도 4월 대란설, 5월 대란설 등 경제 위기설로 불안해 하던 국민에게 커다란 분노를 던졌다. 결국 "아들의 잘못은 아버지의 책임"이라는 김 대통령의 사과 담화가 나왔다. 이후 한보 사태 관련 TV 청문회가 열렸고, 현철씨는 마침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경제는 급속하게 곤두박질쳤다. 한보 사태 이후 하루에도 수십개의 중소기업이 문을 닫았다. 어음부도율이 연일 최악을 갱신하는 가운데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 흘렀다.

노동법 파동과 한보 사태로 여당 내 대권 경쟁은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 양상이었을 뿐 한보 사태가 대권 경쟁 구도에 변화를 몰고 오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했다. 노동법 날치기 통과와 한보 사태 등의 책임을 지고 이홍구(李洪九) 대표가 물러나고 김윤환(金潤煥)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한보 사태 관련설로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역시 유력한 대권 후보의 하나였던 이수성(李壽成) 총리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민주계의 후계 대안으로 유력하게 거론된 최형우(崔炯佑) 의원은 후임 대표 발표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3월13일 이회창(李會昌)씨가 후임 대표가 되면서 당은 곧바로 이 대표에 대한 자격 시비로 소란해졌다. 대권 주자의 한 사람인 그가 경선을 눈앞에 두고 대표 자리에 앉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각 대권 주자들이 앞을 다투어 제기했다. 이들은 이 대표 본인이 "경선에 나설 사람이 대표가 되면 불공정 경선"이라고 말한 사실을 들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런 와중에 이인제(李仁濟) 경기 지사가 3월말 출마를 선언, 후보 경선은 열기를 띠어 갔다. 그러나 이 대표는 '대표 프리미엄'을 문제 삼아 끈질기게 사퇴를 주장하는 당내 경쟁자들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했다.

이때부터 6월까지 당은 이 대표와 반(反) 이 대표 진영으로 나뉘어 집안 싸움으로 날을 지새야 했다. 대선을 눈 앞에 두고 적전 분열을 보인 꼴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