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퇴직후 가족에게서 소외감느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퇴직후 가족에게서 소외감느껴

입력
2002.10.29 00:00
0 0

문/집에서 소외감을 느낍니다. 올 초 35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제야말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저의 이런 생각과는 달리 아내나 두 아들 딸이 모두 저를 외면합니다. 아내는 저에게 '왜 집에만 있느냐'고 하고, 자식들은 '바쁜 우리들을 놓아달라'는 것입니다. 함께 외식을 가자고 제안해도 모두 핑계를 대고 피해버립니다. 물론 밖에 나가면 친구들이 많지만, 그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것인데 왜 가족들이 제 마음을 몰라줄까요? (인천 연수동에서 강씨)

답/회사와 가족에게서 이중으로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신 격이시니 동정과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생 세대는 가난에서 출발해 평생 가족과 사회를 위해 일벌레 노릇만 하다가 뒤늦게나마 못한 일 좀 하려하면 빈축만 사는 세대이지요. '사랑을 위해 사랑을 버렸다'는 유행가가 있듯이 '가족을 위해 가정을 버린' 몸들이었기에 가족과 함께 놀 줄도 모르지요. 가장의 정년퇴직은 가정의 세력판도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남자는 이제 가정을 새롭게 쥐려 하고, 아내는 그간 키운 힘을 놓칠까 봐 경계합니다.

특히 남자가 뒤늦게 가정을 위한답시고 집에 죽치고 있으면 아내는 영역침범이라고 으르렁 대지요. 자식들 역시 "정작 아버지를 필요로 했을 때 아기자기하게 가족을 이끌지 못했던 아버지가 왜 이제 와서 야단이냐"고 한심하게 봅니다.

그러나 이런 아내와 자식들의 반응은 정상입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죠. 선생은 당대의 훌륭한 아버지 가운데 한 분입니다. 처자가 모두 독립적인 사람이 되었군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제는 친구분들과 즐기시지요. 점심 한 끼만은 나가서 드십시오. 친구가 없다면 혼자 드는 습관을 키우십시오. 동네 음식점에 점심 때 나가보면 홀로 온 남성들이 꽤 많습니다. 주중 고적명승 문화여행 같은 데도 참여하고, 새 취미나 새 오락도 즐겨보십시오.

우리나라도 자식에게 죽을 기를 쓰고 공들여봐야 헛것이라는 것을 몸소 경험하는 어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런 층이 쌓이고 쌓이면 자식을 위한 비정상적 교육열과 과보호도 식어 좀 더 건전한 사회로 나가게 될 것입니다.

당분간 선생 스스로를 위해 돈을 쓰시고, 실망시키는 자식은 후에 결혼할 때 돈으로 상벌을 조정하십시오. 그래서 부모자식 관계도 다소간은 '주고 받는' 세계임을 알려주십시오. 아내도 좀더 늙으면 선생쪽으로 기울 것입니다.

/조두영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