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제작사가 영화제작을 위해 항공모함을 하루 빌리는 데는 12달러가 고작이다. 영화 '윈드 토커'와'긴급명령' '007 골든아이'는 미국방성(펜타곤)의 충고를 듣고 대본을 수정했다. 워너브라더스 영화사 사장 잭 워너는 '전쟁의 효율적 진행'을 수행한 공로로 펜타곤으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27일 밤 11시 30분 방송된 'MBC스페셜 미국'의 '제 8부 은막 위의 전쟁-할리우드와 펜타곤'(연출 민운기)은 할리우드와 펜타곤이 악어와 악어새 관계임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획이었다.'할리우드와 펜타곤'은 미국 영화가 표방하는 애국주의 배후에 미국방성이 있다는 심증에서 출발, 전문가 인터뷰를 중심으로 거대한 군·영(軍映) 복합체의 실체를 잡아내려 했다. '빌리지보이스'지 영화평론가 짐 호버만, 영화제작자 메이스 뉴펠드를 비롯해 국방뉴스서비스 회장, 펜타곤 할리우드 담당관 등의 증언과 각종 기록을 빌어 미국 영화의 어두운 그늘을 비춘 점이 돋보였다.
취재진은 테러교사범 체포 시기와 전쟁 영화 개봉이 겹치는 우연의 일치 등을 시청자에게 먼저 제시한다. 이런 우연의 일치는 톰 폴라드 교수의 '전쟁과 영화가 서로를 부추긴다' '할리우드는 전쟁 기계다'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섬 오브 올 피어스' '위워 솔저스' '콜래트럴 대미지' 등 전쟁의 필요성과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들이 쏟아졌다. 배후에는 예외없이 펜타곤의 지원이 있다. 해마다 200여 편 이상의 영화들이 지원을 요청하고, 펜타곤은 입맛에 맞는 영화 예닐곱 편에 군부대 및 헬기 등을 거의 무상으로 지원한다.
군영복합체의 공모는 '미국은 선, 아랍 등 제 3세계는 악'이라는 이미지를 고착시킨다. 은연중에 할리우드는 '아랍인을 죽이는 것은 옳은 일'이라는 생각을 전세계의 영화 관객에게 심어준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007'의 다음 시리즈가 가상의 적을 북한으로 잡고 있음을 알리며 끝을 맺었다.
이 프로그램은 2차 세계 대전, 베트남 전쟁을 거쳐 전쟁의 선전 도구가 되어 온 미영화사를 들춰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미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짧은 시간 내에 전쟁과 영화의 상관관계를 모두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근래 보기 드문 탐사보도였다. 애써 만든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3.4%(TNS 집계)에 그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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