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보통 두 가지로 대별된다. 파워(power) 리더십, 그리고 머니(money) 혹은 비즈니스 리더십이다. 전자는 공공부문에서 필요한 리더십이고 후자는 기업부문에서 필요한 리더십이다. 양자는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나 목적이나 자질 등에 있어서 크게 차이 난다. 목적면에서만 보더라도 전자는 공공의 복리증진을 최대화하는 것이고 후자는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파워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가장 필수적인 7대 자질은 비전, 전략, 용기, 통솔력, 포용력, 겸손, 청렴으로 요약된다. 이 모든 것을 겸비한 리더를 찾기는 극히 어려운 일이고 7가지 중에서 몇 가지만이라도 겸비한 리더를 찾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리더는 여러 면에서 아직도 후진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선진의 모습으로 변화시킬 이른바 변혁적(tranformational) 리더이다. 이 변혁적 리더가 지녀야 할 자질은 위에 열거한 7가지 중 3가지, 즉 비전, 전략, 그리고 용기의 자질이다.
이 세 가지 자질을 겸비한 파워 리더를 찾기도 그리 용이한 일은 아니나 1979년부터 90년까지 11년간 영국을 다스렸던 마가렛 대처 총리가 그래도 가장 근접한 리더가 아닌가 생각된다. 첫째, 그는 '치료불능의 상태인 영국병을 치유하여 대영제국의 영광을 되살리자'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76년 노동당 치하의 영국은 97년 우리가 겪었던 것과 유사한 외환위기에 직면하여 국가경제가 부도 직전의 급박한 상황에 몰리게 되었고 결국 IMF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게 되었다. 1년 뒤 외환위기는 벗어났으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였던 경제위기는 계속되어 나라 전체가 파국 상태에 이르고 79년 보수당의 대처 총리가 등장하여 이른바 '대처혁명'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 둘째, 대처 총리는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난치의 영국병을 치유해 나갔다.
셋째, 그는 확고부동한 용기의 리더였다. 그가 뛰어난 전략과 비범한 용기의 리더임을 동시에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당시 영국의 석탄산업은 영국병의 주범으로 간주되는 비효율과 낭비의 상징이었으며 석탄노조는 70년대초 총파업으로 보수당의 히스 정부를 무너뜨린 뒤 무소불위의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처 총리는 이 주범을 다스리지 못하는 한 영국은 결코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단호한 각오를 가지고 석탄노조와의 '전쟁'을 준비했다. 84년 그가 비효율의 상징인 100여개의 탄광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하자 석탄노조는 즉각 불법적인 총파업으로 맞섰다. 전쟁은 1년을 끌었다. 그 과정에서 수 명이 죽고 6,000여명이 체포됐다. 많은 사람들이 그럴듯한 타협과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그는 불굴의 용기로 대처해 나갔다. 1년 뒤 결국 노조가 굴복했다. 그는 정부가 노조의 불법적인 요구에 굴하지 않는 선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와 같은 영국병의 치유는 그의 탁월한 용기와 함께 치밀한 전략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총파업을 예상하고 오래 전부터 미리 석탄을 비축해 놓았다. 석탄노조와의 싸움의 대부분은 비축해 둔 석탄을 대 수요자인 철강회사에 운송하는 트럭을 지키려는 경찰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원들간의 충돌이었다.
우리가 부끄러운 후진의 거죽을 바꾸고 선진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해야 할 일, 고쳐야 할 일은 너무도 많다. "우리는 너무도 할 일이 많은 나라에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 한다"는 어느 선배의 말이 생각난다. 금년 6월에는 축구 4강으로 온 나라가 들끓었다. 선진사회, 더 나아가 선진 4강의 국가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진정한 변혁적 리더가 필요하다. 최고의 파워 리더를 선택할 대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비전과 전략, 그리고 용기를 겸비한 참다운 변혁적 리더를 대망한다.
이 계 식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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