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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서 TV로… 스타들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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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서 TV로… 스타들 "U턴"

입력
200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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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예계 공식은 이랬다. 'TV드라마로 스타덤에 올라 스크린에 진출한다'. 당시 TV연기자를 인터뷰해도 그들의 결론은 "영화에 진출해야죠"였다. 그러나 모든 게 바뀌었다. 공식은 '스크린에서 얻은 인기와 몸값으로 TV로 U턴한다', 영화배우의 바람은 "이제 TV를 통해 자주 대중과 만나고 싶습니다."배우들이 TV로 되돌아오고 있다. 11월6일 첫 방송하는 KBS 2TV 사극 '장희빈'의 김혜수부터 11월20일 첫 방송하는 SBS 수목드라마 '별을 쏘다'의 전도연, 21일부터 KBS 2TV 월화드라마 '고독'에 출연 중인 이미숙까지. SBS 수목드라마 '정'에 출연 중인 김석훈, '장희빈'에서 숙종 역을 맡은 전광렬 등 남자배우들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모두 TV연기자 출신이고 출연료도 영화 못지않은 고액을 받았다.

장희빈 역을 맡은 김혜수는 잘 알려진 대로 아역 탤런트 출신. 1986년 사극 '사모곡'을 비롯해 '짝' '국희'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등 많은 TV드라마에 출연하다가 2000년 MBC '황금시대'를 끝으로 TV를 떠났다. 이후 '신라의 달밤' '쓰리' 'YMCA 야구단' 등 영화에 전념해오다 이번 '장희빈'에 역대 최고의 TV출연료인 회당 700여 만원을 받고 '친정'에 복귀했다.

전도연 역시 '종합병원' 등 드라마에서 활동하다 영화계에 진출, '접속' '해피 엔드' '내 마음의 풍금' '피도 눈물도 없이' 등을 통해 한국 최고의 여배우가 됐다. '별을 쏘다'는 1997년 SBS 드라마 '달팽이' 이후 5년만의 복귀작. 회당 출연료는 '장희빈'에 김혜수가 캐스팅되기까지 최고인 625만원을 받았다.

이미숙은 1999년 SBS 드라마 '퀸' 이후 영화 '단적비연수' '베사메무초' '울랄라 씨스터즈' 등에 전념하다 '고독'으로 3년 여 만에 복귀했다.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드라마 '정'으로 무대를 옮긴 김석훈은 1998년 SBS 드라마 '홍길동'으로 처음 자신의 이름을 날렸고, 전광렬은 MBC '허준'으로 배우 이미지를 굳힌 뒤 영화 '베사메무초'와 '2424'로 영화배우 명함을 새겼다.

그러면 왜 U턴일까. 최근 지지부진한 영화업계 판도가 가장 큰 이유다. '복수는 나의 것' '피도 눈물도 없이' '후아유' 등에 이어 '챔피언' '예스터데이' '아 유 레디?' 같은 블록버스터까지 흥행에 실패하는 등 한국영화가 주춤하면서 배우들이 다시 TV에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영화가 폭력과 코믹에만 국한된 것도 한 요인. 실제로 전도연은 "요즘 조폭 영화 빼고 어떤 영화가 있느냐"며 "잠시 숨을 고르는 의미에서라도 TV에 출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시청률 경쟁과 외주제작 증가로 TV출연료가 영화 못지않게 높아졌다는 점. 2, 3년 전만 해도 드라마의 회당 출연료는 200만원 대였으나 요즘은 웬만하면 500만원 이상이다. 최소 24부작 드라마만 되면 보통 영화 개런티인 1억원을 넘긴다. 김혜수와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 '장희빈'과 '별을 쏘다' 역시 각각 외주제작사 E스타즈와 김종학프로덕션이 제작을 맡으면서 고액의 출연료를 내걸었다. 일단 눈길을 끌어야 하는 외주제작사의 생리상 드라마 품질은 곧 스타의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윤흥식 KBS드라마국장은 "최근 TV드라마의 외주제작 비율이 높아지면서 출연료를 영화와 비슷하게 지급하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며 "특히 영화의 경우 관객 200만 명을 넘기는 대박이 터져도 CF가 잘 안 들어오는 반면 드라마는 웬만큼 인기 있으면 CF가 들어오니 연간수입으로 따져도 드라마 출연이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스타들의 TV 출연에는 부작용도 많다. 대표적인 것은 11월4일 크랭크 인 예정이었던 영화 '바람난 가족'(제작 명필름, 감독 임상수)의 주인공 김혜수. 그는 9월3일 제작에 합류, 개런티의 50%까지 받았으나 "'장희빈'이 어렸을 때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역"이라는 이유로 영화 출연을 일단 보류했다.

이에 대해 젊은 영화감독들의 모임인 디렉터스컷은 최근 'KBS의 배우 빼가기, 그 부도덕함을 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집단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영화 '바람난 가족'이 주연배우의 계약 파기로 차후 일정이 불투명하게 된 것은 물론 영화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가 큰 피해를 입게 됐다"며 "KBS가 영화촬영을 목전에 둔 배우에게 거액의 개런티를 걸고 드라마 캐스팅을 제의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MBC TV제작1국의 한 관계자도 "시청률 경쟁도 문제지만 고액의 출연료로 연기자를 잡으려는 방송사의 경쟁이 더 큰 문제"라며 "한정된 제작비에서 특정 연기자에게 과도한 몸값이 지급될 경우 프로그램 전체가 부실해질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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