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대 매파.'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내에 대(對)이라크 정책을 둘러싸고 강경파간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매파간 노선 대립은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해체에 만족할 것인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인가를 두고 벌이는 온건파와 매파의 견해차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후세인 축출 후 중동의 정치 구도, 나아가 세계 전체 판도의 틀을 어떻게 짤 것인가 하는 문제가 매파간 논쟁의 핵심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이러한 논쟁의 두 축을 '민주주의적 제국주의자'와 '열성 국수주의자'로 분류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중시하는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과 전쟁불가피론을 펴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간의 이견을 해소하더라도 서로 다른 매파의 주장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는 세계를 미국의 이미지에 맞게 재편하기 위해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경제적·정치적 힘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적 제국주의자의 대표 주자는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그는 미국이 후세인을 축출한 뒤 이라크에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도록 유도할 경우 다른 아랍 국가에도 연쇄 파급 효과를 미쳐 중동전체의 정치 판도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딕 체니 부통령과 럼스펠드 장관을 필두로 하는 열성 국수주의자들은 미국의 구상대로 세계를 재구성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이들은 주로 군사력은 미국에 대한 안보위협을 물리치는 데 사용해야 하며, 후세인 제거 후 이라크 국민들이 민주주의 체제를 받아들일지는 미국이 걱정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들의 견해차는 이라크 전쟁 수행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열성 국수주의자들은 후세인 정권을 전복하는 데는 최소한의 미군을 동원해야 하며 지상전은 반(反)후세인 현지 세력에 더 의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주의적 제국주의자들은 미국이 후세인 축출 후 이라크 국가 재건에 더 확실하게 개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병력을 현지에 투입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열성 국수주의자들은 전후 아프가니스탄 방식을 따라 미군의 임무는 대량살상무기 해체와 치안 확보 등에 국한해야 한다고 믿는 반면 민주주의적 제국주의자들은 전후 일본 통치 방식처럼 확실한 군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포스트는 "지금까지는 두 세력이 후세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어 차이가 노골적으로 표면화하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전쟁 방식과 승리 후 미국이 취할 정책을 두고 본격적인 견해 차이가 드러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