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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가 그림그리기라면 상업영화는 퍼즐맞추기같아"/광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하얀방" 임창재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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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가 그림그리기라면 상업영화는 퍼즐맞추기같아"/광주국제영화제 개막작 "하얀방" 임창재감독

입력
2002.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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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광주국제영화제(25일∼31일) 개막작인 '하얀방'을 통해 장편 감독 으로 데뷔한 임창재(38). 그는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의 김동원 감독과 함께 독립실험영화계의 스타였다.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7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 선재상 수상작인 '눈물'과 '아쿠아 레퀴엠' 등 7편의 실험영화를 통해 그는 다양한 이미지들로 휴머니즘을 드러내왔다. "작품 자체의 고유한 색깔만을 강조한 그 때와는 완전히 다른 작업이었다. 독립실험영화가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각 분야가 마음을 합쳐 퍼즐을 맞춰가는 느낌이었다. 특히 배우의 감정이 중요했는데, 운 좋게도 좋은 배우를 만났다. "

'하얀방'은 연속 살인을 일으키는 악령을 인터넷과 결합했다. 사이버 수사대 형사인 진석(정준호)과 우연히 그 인터넷에 접속한 방송사 다큐멘터리 PD 수진(이은주)이 그 진실을 파헤쳐간다. 때문에 겉 모습은 미스터리 공포물이지만, 영화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멜로적 애절함과 서정적 슬픔으로 생명존중과 여성 문제에 접근한다. "관객들의 다양한 감정대리 체험을 위해 다른 장르의 요소들을 수용했다"는 것이 임 감독의 설명.

'하얀방'을 데뷔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한국상업영화에서 아직 안 다룬 영역인데다 나름대로 연출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편안한 스토리 구조를 따라가지 않고 장단과 강약으로 긴장을 불어넣고, 음악 건축 미술적 요소들을 결합했다. "그렇다고 전혀 새로운 것으로만 만든 영화는 아니다. 독립실험영화가 아니니 그럴 수도 없다. 다만 기존 공포영화의 관습과 타협은 하되 새로운 음계의 음악을 만드는 등 느낌을 심화 시켰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편집과정에서 마치 단편소설만 써오던 작가가 장편을 쓸 때처럼 호흡이 끊기는 것을 감독 스스로 느꼈다. "장편영화에서는 편집이아말로 '제2의 제작'이란 사실을 절감했다. 쉽지 않았다" 고 했다. "처음 가졌던 기준도 막판에는 흔들렸다"는 그의 말에서 상업영화라는 강박이 그를 짓누르고 혼란스럽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독립실험영화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영화창작의 근거는 대중과의 소통에 있다.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넓히는 개인, 자신의 존재와 꿈을 나누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는 휴머니즘이 곧 영화다. '하얀방'을 보고 단순히 공포를 느끼기보다는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타인의 아픔을 감싸주었으면 좋겠다."

벌써 두번째 작품을 구상중인 임창재 감독. 이번에는 자신의 색깔을 좀더 드러내는 다소 컬트적인, 그러나 연민이 묻어나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씩 조금씩 내 색깔을 살리는 긴 호흡으로 대중에게 깊이 다가가고 싶다. 그러기에는 한국의 상업영화가 너무 성급하게 결과에 연연하기는 하지만…"

/광주=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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