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올 한해 주주중시 경영을 가장 잘 실천한 경영자로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선정됐다. 또 CEO 취임 이후 기업의 주가를 가장 많이 끌어올리고 올해 주가관리도 가장 잘한 경영자는 LG화학 노기호 사장이었다.한국일보 증권팀이 최근 국내 13개 증권사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 306명을 대상으로 '기업들의 주주중시 경영과 CEO주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2.87%(70명)가 삼성전자 윤 부회장을 올해 '주주중시경영 최고 CEO'로 꼽았다. 이어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과, 올 8월 KTF 사장에서 KT로 자리를 옮긴 이용경 사장이 각각 33표(10.78%)와 22표(7.18%)를 얻어 2, 3위를 차지했다. ★관련기사 35면
▶삼성전자의 변신
그동안 각종 경제단체가 실시한 주주중시 경영 CEO조사 결과 국내 기업의 오너경영 관행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은행장과 코스닥 벤처기업인들이 상위권에 올랐으나 이번 조사에선 이례적으로 재벌 기업인 삼성전자와 얼마 전까지 공기업이었던 KT의 최고경영자가 1·3위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경기부진 속에서도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고 자사주 매입·소각 등으로 주주가치를 높였으며, 삼성차 출자와 편법 증여 논란 등을 씻고 분기별 IR(기업설명회)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했다.
현대투신증권 박주식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올해 KT지분 출자의 타당성에 대해 기관 투자가들의 여론을 수렴한 뒤 이에 따라 사업 참여를 하지 않았을 정도로 주주가치에 많은 신경을 썼다"며 "과거의 비난과 감시가 약이 돼 국내 최대 기업에 걸맞은 체질 변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1표 이상을 얻은 CEO가 41명이 될 정도로 주주중시 경영문화가 점차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국내 기업 CEO 중에는 주주중시 경영자가 없다'고응답한 애널리스트도 13명이나 됐다.
▶CEO주가 성적표
거래소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 가운데 주요기업 20개사(공기업·신흥 금융사 등 제외) 최고 경영자의 'CEO주가' 를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가상승률로 비교한 결과 LG화학 노기호 사장이 1위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취임한 노 사장은 당시 새로 분할 상장된 LG화학 주가(1만3,000원)를 18개월 만에 173.08% 끌어올렸다. 노 사장에 이어 신세계 구학서 사장과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 하나은행 김승유 행장, 포스코 유상부 회장, 현대백화점 이병규 사장, 삼성SDI 김순택사장 등이 CEO 취임 이후 50%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 연말과 비슷한 상황에서 올 한해 주가 흐름을 비교한 연초대비 주가 상승률에서도 노 사장이 61.36%로 선두였으며 이어 현대모비스, 삼성SDI, 현대차, 삼성전자, 신세계 등이 뒤를 이어 이들 기업의 주가상승이 CEO취임 이후 주가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LG화학 노 사장은 주주중시 경영부문에서도 9표를 얻어 6위에 랭크됐다.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이 시장상황이나 산업경기의 영향이지 CEO효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 CEO가 기업의 구조조정과 수익성 개선을 주도했으며 수시로 투자자들을 만나 기업 내용을 공개하는 등 주가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브릿지 증권 리서치센터장 김경신 상무는 "국내에는 아직 CEO주가가 정착한 단계는 아니지만, 주식시장이 CEO교체에 민감한 것도 훌륭한 CEO가 결국 좋은 기업을 만들고 주가를 올린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역(逆) CEO효과도
최고경영자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최근 CEO가 관계사 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새롬기술을 비롯, CEO가 주가조작과 각종 비리 혐의로 고발되거나 구속되는 바람에 주가가 폭락한 코스닥 기업이 부지기수다.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 이근모 부사장은 "아직 재벌경영이 바뀌었다고 볼 수 없지만,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영진들이 주주 눈치를 보고 오너에 대한 충성보다는 경영 합리성과 주주가치를 점차 중요시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주주 배당으로 돌려야만 주주가치 증대와 장기 투자기반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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