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 만인 2000년 경기 일산신도시에서 25평짜리 내집을 장만한 회사원 G씨(34). 최근 정부의 잇단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으로 자산 디플레(부동산 가격 하락)가 온다는 등 주변에서 흉흉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린다. '지금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긴 다음에 시장추이를 지켜볼까, 아예 무리를 해서 은행대출을 받더라도 이번 기회에 서울로 진입할까'…별의별 생각에 G씨는 밤잠도 설치고 있다.지난해부터 급등세를 이어오던 주택시장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확산되면서 향후 시장전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 아니다를 두고 곳곳에서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대세하락기는 아니라도 대세상승기의 막바지에 와 있다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안정기 혹은 하락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이상 추세상승은 없다
"예년의 경우를 보더라도 5년 이상 상승을 유지한 경우가 없다. 최근의 상승세는 환란 직후인 1999년 정부의 주택경기 활성화정책에서 시작한 것으로 내년까지 계속된다면 5년째다. 금리와 경기, 수급의 3박자가 지금까지 궁합을 이뤄 상승세를 유지했다면 앞으로는 이 가운데 한 요인이 삐끗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대표)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 추세가 꺾인 데 대해 하락세가 본격화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정책이 먹혀 들고 있을 뿐이지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가격형성 요인들은 달라진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도 급격한 하락은 막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차원의 수도권 신도시나 서울시의 강북 미니 신도시 등도 시장이 살아있어야 공급이 제대로 소화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정부는 시장의 불을 끌 수 없다"고 단언했다.
연말 이사수요와 입주물량의 공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소폭이나마 상승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수도권의 신규분양시장은 기존 시장의 가격하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거품이 빠지더라도 당분간 추세하락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승폭은 그러나 기대할 수준이 아니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내년 상반기 3개월 동안 3∼4%의 상승을 예상했는데 올해 평균의 3∼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이후는 상황이 달라진다는 전망이다. 대내외 경기불안 요소가 현실화하고 금리의 움직임도 불안한 데다 수급의 불균형까지 겹친다는 이유 때문.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하락은 예정돼 있는데 하락의 폭은 세계와 국내의 실물경기의 진행상황에 맞물려 있다"며 "실물경기의 낙폭이 크면 주택시장의 골도 깊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산업연구소 김소장은 수급을 이유로 들었다. 주택시장 급등세의 출발점이었던 99년부터 봇물을 이룬 분양물량이 내년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입주가 예정돼 있어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 간다는 설명이다.
■오피스텔 등 틈새시장으로 접근을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대세하락기를 염두에 둔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무리한 구입이나 투자를 피하라는 주문.
실수요자라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급등락의 변수가 없기 때문에 개인 실정에 맞는 내집마련 전략이 필요하고 투자자라면 다음달 말까지 이어지는 단기하락국면을 이용한 매수전략도 고려할 만하다. 닥터아파트 곽이사는 "투자목적의 경우 11월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을 눈여겨 보다 급매물이 나오면 바로 투자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는 매물이 쌓이는 국면으로 투자차원에서 매도시점은 내년 상반기 반짝 거래가 활성화할 때라고 덧붙였다.
아파트는 각종 부동산 규제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인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등으로 눈을 돌리라는 권고도 많다. 해밀컨설팅 황대표는 "전매가 제한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중도금을 무이자융자해 주는 상품을 골라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과도한 규제의 아파트에서 눈을 떼 주거전용 오피스텔 등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소장도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을 공략할 것을 주문했다.
■투자유망지역 서울과 수도권 엇갈려
유망투자지역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격 상승폭에서 서울을 따라갈 만한 곳이 없다는 의견과 주5일제 근무제 등의 호재가 널려 있는 수도권이 유망하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닥터아파트 곽이사와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소장은 서울 쪽에 기울었다. 서울의 경우 공급지역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이 한번 뛴다면 그 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남의 소형평형 아파트의 경우 수요는 많은 데 공급은 거의 없이 재건축으로 점점 사라지는 실정"이라며 "장기조정 국면에서는 이런 종류의 상품이 차별화의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곽이사의 설명.
해밀컨설팅 황대표와 내집마련정보사 김대표는 수도권 쪽으로 손을 들었다. 서울은 과도한 규제가 언제든지 되살아 날 수 있지만 수도권은 주5일제 근무와 전원주택 수요 등의 호재가 만발한다는 것. 황대표는 "성남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순인구 유입이 11만명인데 공급은 크게 많지 않았다"며 "강원도 등 휴양지와 바로 연결되는 요충지인데다 수요가 넘쳐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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