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습작전체첸 반군들이 인질 살해 시한으로 내건 토요일 오전 6시가 되기 전인 5시 20분께. 검은 색 밴에 나눠 탄 특수부대 요원 250명이 모스크바 문화센터 극장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6시 20분, 극장 안에서 2명의 인질을 살해하는 총성이 들려왔고 이는 작전 개시의 신호탄이 되었다. 특수부대 요원들은 먼저 환기통과 벽에 뚫은 구멍을 통해 엄청난 양의 화학가스를 분사한 다음 곧바로 앞쪽과 옆쪽 출입구와 폭파한 벽을 통해 극장 안으로 진입했다. 이어 서너 차례 큰 폭발음이 들리고 반군과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상황은 40분여 만에 전광석화처럼 끝이 났다. 이미 독가스를 들이마시고 몸이 마비되거나 의식을 잃은 대다수 반군들은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반군의 최후
이번 기습작전의 가장 큰 관건은 허리에 폭탄을 두른 여성 인질범들이 폭파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제압하는 일이었다. 러시아 TV들의 현장화면을 보면 여성 인질범들은 이슬람 전통 의상인 부르카를 입고 빨간 색 의자에 앉은 채 마치 잠들어 있는 듯 죽어 있었다. 미처 의자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다량의 독가스에 의해 정신을 잃었다가 특수부대 요원들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수부대는 인질의 휴대폰을 통해 이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인질극을 주도한 모프사르 바라예프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그는 진압작전이 펼쳐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외부에 있던 체첸 반군 지도부와 전화 통화를 하다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관리들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그의 시신 옆에 코냑병이 놓여져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타르 타스 통신은 사살된 체첸 반군 시신을 조사한 법의학 전문가들이 주사바늘 자국과 소지품에서 신경성 약품 및 주사기들을 발견, 이들이 마약을 복용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분노한 유족들
억류에서 풀려난 인질 500명 이상은 모스크바 시내 병원에 분산 수용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진은 이들 중 상당수가 3일째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음식을 먹지 못한 데다 정신적 충격 등으로 탈진과 혼수상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인질 가족들은 병원이 환자와의 접근을 철저하게 막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가 늘어나는 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당국의 강경한 진압작전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며 분노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모스크바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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