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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러시아 인질극의 유혈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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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러시아 인질극의 유혈종말

입력
2002.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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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질을 다 구할 수는 없었다. 우리를 용서해 달라." 러시아 특수부대의 인질구출 작전이 많은 희생자를 내며 막을 내린 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희생된 유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질극을 벌인 체첸반군 50명이 모두 사살되고 4명이 체포됐지만, 무고한 인질 100명 이상도 구출작전의 희생자가 되었다.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또 하나의 테러행위와 그 희생자들의 비극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수많은 인질을 붙잡아 놓고 처형을 공언하며 요구조건을 제시한 체첸반군의 압박 앞에 푸틴 대통령은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의 인질극 진압은 썩 순조롭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쏜 독가스에 많은 인질이 희생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인질사태 종결로 체첸의 분리독립운동과 테러활동이 수그러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 동안 러시아정부는 체첸을 초토화하면서 분리독립 움직임을 무력으로 응징해 왔다. 그러나 반군은 게릴라전술과 테러리스트 활동으로 더욱 러시아를 압박했다. 이번 진압사태로 푸틴 대통령의 국내 통치력은 강화될지 모르나 체첸지역의 반감은 더욱 강렬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당국은 인질 테러범의 중동 이슬람 테러집단과의 연계여부에 대해서는 단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체첸이 이슬람지역이므로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테러의 양상이 이슬람과 러시아의 대결로 갈 수도 있다. 미국은 알 카에다 과격테러조직과의 대결에서 동료를 만나는 셈이지만 세계는 더욱 통제불능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게 된다. 모스크바 인질사태는 끝났지만 테러에 안전한 국가는 없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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