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던 대우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며 속속 정상화하고 있다. 국내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던 대우 사태가 명실상부하게 정리되어 가는 셈이다. 이들 대우 계열사들은 지분 매각, 회사 분할, 독자 생존 추진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워크아웃을 추진해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19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 계열사중 대우중공업의 조선 부문이었던 대우조선해양과 중장비 부문의 대우종합기계는 이미 워크아웃을 졸업, 정상 경영을 향해 순항중이다. 이들 두 회사는 가장 먼저 워크아웃을 졸업한 회사답게 과거의 아픔을 딛고 재기의 의욕을 다지고 있다. 파츠닉으로 회사 이름을 바꾼 옛 대우전자부품은 17일 2년 연속 흑자달성 및 외자유치 추진 등의 실적을 바탕으로 워크아웃에서 벗어났다. 채권단은 90% 이상의 압도적인 결의로 파츠닉의 워크아웃 졸업을 결의, 이 회사의 새로운 출발에 힘을 보태줬다.
대우자동차는 17일 GM대우차 신설법인 출범을 시작으로, 대우인천차(부평공장), 대우버스(부산 버스공장), 대우상용차(군산 상용차공장) 등 신설법인이 속속 닻을 올리고 있다. 그 동안 불안한 세월을 보내온 대우차 임직원들은 단합 축구대회를 갖는 등 '다시 해보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옛 대우차의 잔존 법인(대우차)의 경우 폴란드 공장 등 해외 생산법인 매각 등의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GM대우차 관계자는 "3년 이상 끌어온 구조조정 과정이 마무리되면서 대우차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대우차와의 일괄 처리를 위해 워크아웃 대상이 됐던 대우자동차판매는 22일 채권단과 워크아웃 졸업을 위한 첫 실무자 회의를 개최하는 등 다음달 말까지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기 위한 수순에 들어갔다. 대우자판은 최근 최대주주였던 GM대우차가 11.42%의 지분을 아주산업과 대우자판 임직원에게 매각, 새 출발을 위한 지분정리 작업도 마쳤다.
대우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주)대우는 건설 부문이 대우건설로, 상사 부문은 대우인터내셔널로, 잔존법인은 (주)대우로 분할되었는데, 이중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은 모두 내년 초 워크아웃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최근 들어 수백억원대의 경상이익과 순이익을 내는 등 흑자경영을 지속하고 있어 현재 채권은행단과 워크아웃 졸업을 협의중이다. 지난해말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우량기업의 토대를 마련한 대우건설은 최근 주택경기 활성화에 힘입어 차입금 1,255억원을 조기상환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주택공급실적 1위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연내 자율경영체제로 전환한 후 내년 초 워크아웃을 졸업할 계획이다.
두 차례의 해외매각 무산과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위기에 몰렸던 대우전자는 다음달 1일 '대우일렉트로닉스'라는 신설 우량법인과 기존의 '대우전자'로 양분돼 거듭나게 됐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영상, 리빙, 냉기 등 기존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삼성과 LG로 양분된 국내 가전시장에 '대우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신설법인은 자본금 5,400억원에 부채비율 250% 이내의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된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과거 외형 위주의 전략에서 탈피, 수익에 초점을 맞춘 내실 경영을 추진키로 했다. 반면 모니터, 오디오, 카오디오, 가스보일러 등 사업으로 재편된 대우전자는 자생력이 있는 사업부의 경우 지속적으로 분사 및 매각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밖에 대우통신은 5개사로 분할된 후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분사되거나 해외에 매각됐다. 카드업체였던 다이너스클럽 코리아는 현대자동차에 매각돼 현대카드로 새롭게 태어났다. 할부금융회사인 대우캐피탈과 건설회사인 경남기업은 아직 워크아웃중이다. 대우증권은 99년 당시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현재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을 통한 새 주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쯤 되면 이른 바 '대우 사태'를 초래했던 대우 계열사들이 거의 다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순환기자 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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