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체포돼 신문받던 폭력조직원 두 명 중 한명이 숨지고, 한명은 도주한 사건이 발생, 검찰의 피의자 신병관리에 구멍이 뚫렸다.■사망사건 경위
폭력조직내 살인사건 피의자로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 11층 강력부(노상균·魯相均 부장검사)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받던 조모(32)씨가 26일 낮 의식을 잃고 쓰러져 강남성모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오후 8시30분 숨졌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새벽 1시∼6시30분 조사를 받은 뒤 수면을 취했다가 정오께 수사관이 깨워 의자에 앉히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부검 결과 이씨는 머리뼈와 표피 사이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으며 복부출혈도 일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25일 오후 7시30분께 경기 파주에서 검거돼 서울지검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다소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원인 논란
조씨 유족들은 "뒷머리와 눈부위에 심한 멍자국이 보이는 등 몸 전체가 상처투성이"라며 "옆 조사실에서 조사받던 최모씨도 '그만 좀 때려라' '이 새끼 엄살 피우네'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씨가 이송직후 벽에 머리를 수 차례 부딪치며 자해한 적은 있으나 구타는 없었다"고 밝혔다.
국과수 이한영 법의학 과장은 "뇌에 피가 고여있는 것이 발견됐다"며 "이 경우 지병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80%, 구타에 의한 사망가능성이 20%"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그러나 "일단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 중 도주
같은 사건으로 먼저 조사를 받던 최모씨가 25일 밤 9시께 조씨가 옆방으로 연행된 직후 서울지검 청사를 빠져나가 달아났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관 한명만 빼고 모두 조씨를 조사하느라 바쁜 틈에 최씨가 조사실 문을 몰래 열고 나와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자백을 받아 수갑은 채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씨 유족은 "최씨가 '25일 오후 9시가 아니라 조씨가 쓰러져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 도주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를 부인했다.
■숨진 조씨 혐의
숨진 조씨는 영화 '친구'처럼 폭력조직 내부의 세력다툼 끝에 벌어진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 파주의 윤락관련 폭력조직인 S파 두목 신모(수배중)씨는 98년 6월 안양교도소 복역중 조직내 두목자리를 놓고 다투던 박모씨의 동태가 수상하다는 보고를 받았다. 격분한 신씨는 부두목 조씨에게 박씨를 없애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직원 권모, 장모씨 등 4명과 함께 경기 고양시 일산구 박씨 집을 찾아간 조씨는 박씨의 왼팔 동맥을 끊어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씨의 감방 동료 이모씨가 출소 후 신씨에게 "범행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 3,000만원을 뜯어냈다. 협박이 거듭되자 조씨 등 조직원 8명은 신씨의 지시로 99년 10월 서울 마포구 주택가에서 이씨를 회칼로 15번이나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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