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서태지(30)가 주관하는 '2002 ETPFEST'가 26일 오후 2시30분부터 7시간 동안 서울 잠실보조경기장에서 열렸다. 공연주관사인 서태지컴퍼니가 밝힌 관객 수는 3만명. "티켓 판매가 1만장에 불과하다"는 항간의 소문과는 달랐지만 지난해 초 열렸던 서태지의 공연 '태지의 화'가 동원한 5만5,000명에는 크게 못 미친다.이날 공연에는 한·미·일에서 모두 10팀이 참가했다. 인디 록 밴드 피아를 시작으로 리쌍, 일본의 도프헤즈, 서태지가 소속사의 동의 없이 밴드를 섭외했다고 해 논란을 빚었던 인디 밴드 디아블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전멤버였던 양현석이 이끄는 YG패밀리, 일본 힙합 그룹 라이즈, 미국 로커 스크레이프와 머틀리 크루의 드러머인 토미 리 순이었다. 요절한 X재팬의 기타리스트 히데의 생전 목소리와 모습도 공개됐다.
노란 체크 바지에 청색 재킷을 입고 넥타이를 맨 서태지는 오후 8시 30분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올라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곡인 '난 알아요'의 하드록 버전을 비롯해 '울트라 맨이야' '테이크 5' 등 14곡을 불렀다.
대형 멀티비전 3개를 비롯해 30억원이 투입된 가로 75m 세로 31m의 초대형 무대, 록이라는 비주류 음악으로 잠실보조경기장의 80% 정도를 메운 관객 동원, 매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7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노래가 나올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고 손을 뻗으며 열광하는 10대, 20대의 모습은 "역시 서태지"라는 말을 들을 만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이 서태지 측에서 주장하듯 마니아들의 축제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록 페스티벌로 부상했는지, 또는 침체된 한국대중음악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는 의문이다. 공연장의 분위기는 여타 가수들과 서태지의 순서가 너무 달라 록 페스티벌이라기 보다는 서태지의 단독 공연에 다른 밴드들이 들러리를 선 것에 가까웠다. 당초 알려졌던 일본 록 밴드 글레이등 서태지에 대한 열광에 준할 수 있는 유명 밴드의 섭외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또 힙합 그룹 YG 패밀리는 음악적으로나 성격적으로 전체 공연과 어울리지 않아 양현석과의 인연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이날 공연은 11월 9일 오후 9시45분 MBC TV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